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7: 고도(高度)]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뜨거운 바람이 새어 나오는 듯한 거친 소음을 낸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메말라, 말을 내뱉을 때마다 입안에서 마른 종이 가루가 흩날리는 듯한 소리가 섞여 나온다.)


“...열일곱 번째 기록입니다. 이 이야긴 한 기자의 실종을 다룬 후배 기자의 고백입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이해할 수 없는 기억 속 우주를 향해 가는 열기구라는 황당한 소리였죠. 그러나 이야기를 계속 드는 사이 전 그 기묘함이 진짜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꿈속에서 나는 열기구에 타고 있었다. 얇은 천과 바구니 하나에 의지해 하늘로 오르는 그 부실한 형태는 내 공포심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발밑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고, 머리 위에서는 거대한 불꽃이 굉음을 내며 타올랐다.


불안해하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운전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화력을 주입했다. 이제 그만 내려가자고, 제발 착륙해달라고 소리쳤지만 그는 얄미울 정도로 묵묵히 레버를 당길 뿐이었다. 열기구는 구름을 뚫고, 마침내 대기가 희박해지는 성층권까지 올라갔다. 우주의 검은 심연이 눈앞에 보일 때쯤, 나는 비명을 지르며 꿈에서 깼다.


그 기분 나쁜 여운이 가시지 않은 며칠 뒤, 나는 지역 축제 취재차 열기구 체험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 한구석, 아직 손님을 태우지 않은 열기구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 열기구 앞에 서 있는 운전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꿈에서 본 그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타지 않은 바구니 곁에서 조금씩 열을 넣으며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활기찬 축제 분위기와는 단절된 듯, 오직 그 열기구 주변만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기괴할 정도로 입꼬리를 올리며 내게 손짓했다. 마치 오랫동안 나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내가 그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아니면 공포에 질린 내 발걸음이 자석에 끌리듯 그곳을 향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 귀에는 이미 꿈속에서 들었던 그 거대한 불꽃의 굉음이 환청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뜨거운 열기가 팽창하는 듯한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하다.)


“...그날 이후, 그 현장을 방문했던 기자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날 열기구 한 대가 아무도 태우지 않은 채 아주 빠른 속도로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고, 구름 사이로 사라진 뒤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바스락... 뜨거운 바람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온기를 잃었습니다. 아까 숨을 내뱉었는데, 차가운 공기 대신 레이저 프린터에서 갓 나온 듯한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오더군요.


내 폐는 이제 한 장의 종이도 남기지 않고 다 타버린 것 같습니다. 내 몸 안은 비어있고, 오직 뜨거운 공기만이 나를 지탱하고 있어요. 내 몸이 점점 가벼워져서, 의자에 앉아 있지 않으면 자꾸만 천장으로 떠오르려 합니다.


(천장을 긁는 소리)

...내 방 천장이 점점 낮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위로 올라가고 있는 거군요. 잉크가 다 마르기 전에... 내 몸이 저 파란 하늘로 흩어지기 전에... 다음 기록을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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