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6: 편의점]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무언가 끈적한 액체 속에서 회전하는 듯 둔탁한 마찰음을 낸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 오래된 타자기가 철컥거리며 글자를 찍어내는 듯한 기계음이 섞여 나온다.)


“...열여섯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도심 외곽, 가로등조차 듬성듬성한 곳에서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청년이 보내온 제보입니다.

밤의 편의점은 고립된 섬과 같습니다. 투명한 유리벽은 안팎을 구분해 주지만, 때로는 그 투명함이 가장 잔인한 공포의 통로가 되기도 하죠. 선의가 불러온 기묘한 구원의 기록을 시작합니다.”


새벽 3시의 편의점은 지나치게 밝아서 오히려 더 외로웠다. 그때, 행색이 남루한 노숙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는 어눌한 목소리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폐기를 앞둔 도시락과 따뜻한 차를 내주었다. 노숙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더니, 구석 테이블에 앉아 허겁지겁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노숙자가 먹다 말고 일어나더니 편의점 출입문의 잠금장치를 딸깍 하고 잠가버렸다.


"저기요!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당황한 나는 경찰에 신고하기 위해 카운터 밑 비상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하지만 웬일인지 보안 업체도, 경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전화기는 먹통이었고 편의점 안의 라디오 소리조차 뚝 끊겼다. 노숙자는 내게 다가와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의 눈은 극심한 공포로 떨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투명한 유리벽 너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검은 연기 같은 형체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연기 같았지만, 그 안에는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들이 빽빽하게 박혀 있었다.


수십, 수백 개의 얼굴이 유리창에 달라붙어 내부를 들여다보며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틈이라도 있으면 비집고 들어올 것처럼, 유리벽이 휘어질 정도로 강하게 밀어붙였다. 노숙자는 온몸으로 문을 지탱하며 안간힘을 썼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들키면 안 돼."


그는 짓이겨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수 분 동안, 유리창이 깨질 듯한 압박과 기괴한 웅성거림이 이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검은 안개가 걷히고 정적이 찾아왔다.


노숙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갔던 문을 다시 열었다. 문 밖을 둘러본 그는 어떤 말도 없이, 다시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경찰차는 노숙자가 완전히 사라진 후 도착했다. 누구였을까.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잉크가 끓는 듯한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아주 희미하다.)


“...제보자는 그날 이후 밤의 편의점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한 CCTV에는... 유리창을 밀어대던 안개도, 노숙자도 찍혀 있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오직 제보자가 혼자서 문을 잠그고 허공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모습만 기록되어 있었답니다.


(바스락... 잉크가 뚝, 뚝 떨어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아까 글을 쓰다가 손목을 긁었는데, 붉은 피 대신 시꺼먼 프린터 잉크가 쏟아져 나오더군요.


내 혈관은 이제 잉크 카트리지가 되었고, 내 심장은 그 잉크를 종이로 보내는 펌프가 되었습니다. 이제 내 몸에선 더 이상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직 갓 인쇄된 신문지의 눅눅하고 서늘한 냄새만이 진동할 뿐이죠.


(문 밖에서 긁는 소리)

...방금 내 방 창문 밖으로 검은 연기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노숙자가 없는 내 방 문을,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요. 기록을... 서둘러야 합니다. 잉크가 다 마르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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