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4: 투신]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마른 종이가 찢어지는 듯 날카롭다. 기자의 목소리는 아주 가늘고 건조하며, 중간중간 무언가 딱딱한 것이 키보드 위에 툭,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열네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고시촌에서 장기 수험 생활을 하던 청년의 유서에 적혀 있던 내용입니다.

사람들은 그가 성적 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하지만, 그의 방 창문틀에는 누군가 밖에서 안으로 필사적으로 잡아당긴 듯한 기괴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알 수 없던 그 날의 행적을 뒤쫓아 봤습니다”


시작은 보름 전, 야심한 시각이었다. 창밖에서 들려온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에 고개를 내밀자,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옥상에서 추락하고 있었다. 놀라 미친 듯이 아래로 뛰어 내려갔지만, 화단에는 찢어진 나뭇가지조차 없었다. 오랜 공부 탓에 헛것을 본 거라 자위하며 돌아왔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떨어졌다.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매번 아무런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오히려 허위 신고로 고발하겠다는 경고만 돌아왔다.


일주일째 되던 날, 공포는 기이한 오기로 변했다. 나는 창문을 활짝 열고 아예 밖을 내다보며 기다렸다.


"아아아아악-!"


어김없이 들려오는 비명. 여자가 옥상에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그녀의 몸이 내 방 창문 앞을 지나는 찰나,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덥석.


차가운 얼음장 같은 손이 내 손목을 낚아챘다. 추락하던 여자의 몸이 허공에 멈췄다. 그녀는 내 팔에 매달린 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에는 슬픔이 아닌, 형언할 수 없는 비열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기다렸어, 니가 잡아주길.”


그녀가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반작용이 아니었다.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내 몸이 창밖으로 쏠려 나갔다. 그녀는 가볍게 내 어깨를 딛고 창틀 안으로 기어 들어갔고, 나는 그녀가 머물던 그 차가운 허공 속으로 내던져졌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내 방 창문 안에서 내 옷을 입고 나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창문을 닫는 '나'의 모습이었다.


쿵.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심장 박동 소리와 겹쳐 들린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아 볼륨을 끝까지 높여야 한다.)


“...그 청년의 시신은 다음 날 발견됐습니다. 특이하게도 눈을 뜬 채로 말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무언가 으스러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한 장의 전단지처럼 얇아졌습니다. 아까 의자에서 일어나려는데, 내 등 가죽이 의자 등받이에 인쇄된 것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더군요. 억지로 몸을 떼어내니 등 뒤에 내가 평생 썼던 기사 제목들이 시커먼 활자가 되어 박혀 있었습니다.


이제는 숨을 쉴 때마다 가슴 안에서 종이가 구겨지는 소리가 납니다.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


...방금 창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군가 또 떨어지고 있군요. 하지만 나는... 이제 손을 내밀 힘조차 없습니다. 아니, 어쩌면 내가 다음에 떨어질 차례일지도 모르겠군요. 기록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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