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2: 만조(滿潮)]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모래가 섞인 듯 서걱거린다. 기자의 목소리는 아주 건조하고 갈라져 있으며, 말할 때마다 입안에서 마른 모래를 뱉어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열두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몇 년 전 동해 인근의 한 한적한 해변에서 캠핑을 즐기던 남자가 보내온 제보입니다.

그는 파도 소리가 자장가처럼 감미롭다고 생각하며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온 건 바다의 노래가 아니라, 심연으로 걸어 들어가는 죽은 자들의 웅성거림이었습니다. 그가 목격한 도시의 거대한 증발을 기록합니다.”


늦은 밤, 해변가에 텐트를 치고 잠이 들었다. 얼마쯤 잤을까, 텐트 밖에서 수십 명의 사람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이 깼다. '이 야밤에 무슨 행사를 하나?' 싶은 생각에 지퍼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달빛 아래,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십 명의 사람이 무표정한 얼굴로, 홀린 듯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파도가 발목을 적시고 허리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때,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한 남자가 눈에 띄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이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30대인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교복을 입고 있던 고등학생 때의 앳된 얼굴 그대로였다.


"야! ○○아! 너 거기서 뭐 해!"


이름을 불렀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급히 달려가 그의 팔을 낚아챘다. 그런데... 툭. 내 손에 쥐어진 건 그의 팔이 아니었다. 그의 어깨에서 분리된 팔이 마치 마른 나무토막처럼 맥없이 떨어져 나갔다.


비명과 함께 주저앉은 나를 향해, 친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지만, 입가에는 아주 슬픈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텐트로 돌아가. 내가 너한테 해줄 마지막 말이야."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려 바다로 걸어 들어갔고, 나는 공포에 질려 텐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 지퍼를 잠갔다. 밤새도록 거친 파도 소리와 함께, 바다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비명과 웃음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했다. 재난 문자와 같은 형식의 '실종자 알림'이었다. 어젯밤 바다로 들어갔던 친구의 이름부터 시작해, 수십 명의 이름이 끝도 없이 화면을 메우고 있었다.


해변은 어젯밤의 흔적 하나 없이 평화로웠지만, 내 텐트 앞에는 어젯밤 내가 잡았던 친구의 말라버린 팔 하나만이 모래더미에 반쯤 파묻혀 있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파도 소리와 섞이며 기자의 목소리를 집어삼키려 한다.)

“...그 해변은 지금도 매년 여름이면 의문의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신을 찾지는 못했죠.


(바스락거리는 소리. 기자가 자신의 팔을 만지는 소리)

...내 상태도 이제 바닷가 모래처럼 변해가고 있습니다. 아까 세수를 하려는데, 얼굴 피부가 젖은 종이처럼 밀려나더니 그 밑에서 하얀 소금 결정들이 돋아나 있더군요.

내 몸은 이제 기자가 아니라, 바닷속에 가라앉은 '오래된 일기장'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말할 때마다 목구멍에서 짠맛이 느껴지고, 발가락 끝은 이미 모래로 변해 바닥으로 흩어지고 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

...이제는 방 안에서도 바다 냄새가 진동합니다. 다음 기록을 마칠 때까지, 이 파도가 나를 데려가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아직... 전해야 할 제보가 너무나도 선명하니까요.”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