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11: 안구]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비명처럼 날카롭다. 기자의 목소리는 젖은 종이가 찢어지는 듯 쇳소리가 섞여 나오며, 중간에 무언가 질척이는 액체가 바닥에 뚝, 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열한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대학병원의 안과 전문의가 차마 차트에 적지 못하고 내게 털어놓았던 비밀입니다.
자신의 눈동자가 따로 움직인다고 주장하던 환자. 의사는 정신질환을 의심했지만, 환자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명은 그 어떤 의학 서적에도 나오지 않는 기괴한 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건 내가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나의 눈동자일지도 모릅니다.”
시작은 사소한 불편함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오른쪽 눈동자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왼쪽 눈이 앞을 볼 때, 오른쪽 눈은 자꾸만 구석진 어둠이나, 평소라면 절대 보지 않을 끔찍한 틈새를 향해 돌아갔다. 안과를 가보고 정밀 검사를 받아도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신경성 증상'이라는 뻔한 답변뿐이었다.
증세가 심해지던 어느 밤, 거울 앞에 선 나는 비명을 지를 뻔했다.
오른쪽 눈동자가 완전히 뒤집혀 흰자위만 남더니, 이내 동공이 안쪽을 향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놈은 밖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내 몸 안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내 몸속에서 무언가 꿈틀대며 이동하는 기괴한 감각을 느꼈다. 놈은 혈관을 타고 내려가 내 심장의 박동을 지켜보았고, 위장과 간의 주름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차가운 시선은 마침내 내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멈춰 섰다. 놈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공포를 느끼는지 아주 가까이서 관찰하고 있었다.
며칠 뒤, 원룸에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됐다. 사인은 장기 부전 및 뇌 손상. 기이한 것은 외부에 그 어떤 상처나 침입의 흔적도 없었다는 점이다. 오직 오른쪽 눈알 하나가 사라진 구멍만이 검게 뚫려 있었을 뿐이다. 부검 결과, 장기들은 누군가 안에서 예리하게 난도질한 것처럼 으깨져 있었다. 마치 안구 하나가 온 몸을 휘젓고 다녔던 것처럼.
사라진 그 눈동자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를 보고 있을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파도 소리처럼 넘실거린다. 기자의 목소리가 이제는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얇아졌다.)
“...그 남자는 결국 시체로 발견됐지만, 그 눈동자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잠시 정적. 그리고 기자가 눈을 비비는 듯한 거친 마찰음이 들린다.)
...내 오른쪽 눈이 아까부터 유독 뜨겁습니다.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눈꺼풀 밑에서 무언가 살아있는 듯 꿈틀거리고 있어요. 거울을 보니, 내 동공 속에 작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더군요.
내가 전한 익명제보들이 이제는 내 시야를 가리고, 나를 안쪽에서부터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질척이는 소리)
...방금 내 발치로 떨어진 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시커먼 먹물과 함께 섞여 나온... 말라비틀어진 신경 다발이군요. 놈이 내 안을 다 훑고 나면, 나도 저 제보자처럼 껍데기만 남게 되겠지요. 하지만 아직 멈출 수 없습니다. 아직... 전해야 할 제보가 남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