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13: 착신 금지]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무언가 눅눅한 액체 속에서 돌아가는 듯 둔탁하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사람의 목소리라기보다, 오래된 라디오의 주파수가 엇갈리는 듯한 기계음이 섞여 나온다.)
“...열세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평범한 직장인이 제보한 내용입니다. 이미 해지된 번호, 혹은 존재하지 않는 번호로 걸려 오는 연락들. 사람들은 시스템 오류라고 말하지만, 디지털 신호의 끝단에는 우리가 차마 수신하지 못한 죽은 자들의 안부가 매달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밤, 스마폰 액정 너머로 전달된 마지막 이정표를 기록합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각,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지인에게서 문자가 왔다. 뜬금없는 안부 인사였지만 반가운 마음에 답장을 보냈다. 하지만 대화가 이어질수록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여기는 너무 캄캄해. 습기가 차서 숨쉬기가 힘들어. 나 말고도 여럿이 있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해.]
장난치지 말라고 답하려던 찰나,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액정에는 지인의 이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찝찝함을 무릅쓰고 수락 버튼을 눌렀다.
화면은 온통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마이크 너머로 '벅, 벅' 하고 젖은 흙을 밟으며 걷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화면이 흔들릴 때마다 어설픈 빛이 언뜻언뜻 비쳤다. 지인은 말이 없었다. 그저 거친 숨소리와 축축한 발소리만이 스피커를 채웠다.
그때, 화면 속 어둠을 가르고 낡은 표지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OOO 리 1km]
그 찰나의 이미지를 마지막으로 통화는 툭 끊겼다. 이상한 예감에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무미건조한 기계음뿐이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고객의 요청에 의해 착신이 금지된 번호입니다."
다음 날 아침, 습관적으로 켠 뉴스 헤드라인을 보고 나는 손에 든 컵을 떨어뜨렸다. 어젯밤 표지판에서 보았던 그 외진 마을의 폐가에서 집단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소식이었다. 수사 결과, 그들은 이미 일주일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내 스마트폰에는 여전히 '어젯밤' 그 지인과 나누었던 대화창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대화창을 다시 확인하려 액정을 터치하자, 스마트폰은 '실종 알림'과 함께 기괴한, 어쩌면 비명 같은 알림음을 내며 떨었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심장 박동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아 볼륨을 끝까지 높여야 한다.)
“...뉴스에 나온 사망자 명단에 그 지인의 이름이 있었다는 데 실종 신고는 무려 3년 전이었다고 하는군요.
(바스락거리는 소리.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아까 전화를 받으려 스마트폰을 쥐었는데, 내 손바닥 피부가 액정에 쩍 하고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더군요. 억지로 떼어내니 손바닥 가죽이 얇은 필름처럼 벗겨져 스마트폰 화면 위를 덮어버렸습니다.
이제 내 몸은 기자가 아니라, 누군가 전송한 ‘실패한 데이터’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진 괴물이 된 것 같습니다. 말할 때마다 목구멍에서 디지털 노이즈 소리가 나고, 내 눈앞엔 자꾸만 존재하지 않는 번호들의 수신 기록이 점멸합니다.
(멀리서 들리는 전자음 소리)
...아직... 전송해야 할 제보가... 배터리가 다 되기 전에... 모두... 기록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