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0: 추락]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아주 미세한 진동음처럼 들린다. 기자의 목소리는 젖은 종이가 찢어지는 듯 쇳소리가 섞여 나오며, 중간에 '툭' 하고 무언가 딱딱한 것이 나무 바닥에 떨어져 굴러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잡힌다.)


“...열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어느 고층 빌딩 숲에서 투신 사건을 취재하던 한 후배기자의 고백입니다.

그는 늘 땅으로 떨어진 자들의 마지막을 렌즈에 담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했던 건 바닥이 아니었습니다. 옥상에 서서 담배를 태우다 무심코 올려다본 그 파란 하늘... 중력이 뒤집히는 찰나 같은 파란색이었습니다.”


날씨가 지독하게도 맑은 날이었다. 취재를 마치고 건물 옥상에 올라 담배를 물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기묘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전해졌다. 나를 짓누르던 지구의 중력이 갑자기 '역전'되는 기분이었다. 옥상의 시멘트 바닥이 발을 지탱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하늘이라는 거대한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고 있는 유일한 생명줄처럼 느껴졌다.


"어... 어어?"


손에 힘이 풀리며 담배가 떨어졌다. 하지만 담배는 바닥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것은 마치 자석에 끌리듯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올라갔다. 공포에 질려 옥상 난간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공중에 붕 뜬 것처럼 가벼워졌다.


저 파란 하늘은 이제 천장이 아니라, 나를 집어삼키려 입을 벌린 거대한 푸른 아가리였다. 난간을 붙잡은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그때, 하늘 위 높은 곳에서 누군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는 추락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하늘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이미 중력의 손아귀를 벗어나, 저 깊고 푸른 심연 속으로 아주 천천히, 비명을 지르며 '상승'하고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옥상의 중력이 마지막 경고음을 내며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파도 소리처럼 넘실거린다. 기자의 목소리가 이제는 거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얇아졌다.)


“...후배놈은 그날 이후 옥상은커녕 하늘이 보이는 창문조차 없는 지하 방에 틀어박혀 산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자꾸만 투명해지며 자신을 빨아들이려 한다더군요.


(잠시 정적. 그리고 아까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더듬는 소리)

...아까 들린 소리는 내 오른손 검지였습니다.


기사를 쓸 때마다 자판을 두드리던 그 손가락이, 이제는 생명이 다한 연필심처럼 툭 하고 부러져 나갔습니다. 고통은 없습니다. 다만 부러진 단면에서 피 대신 시꺼먼 활자 가루들이 쏟아져 나오네요.


내 몸은 이제 기자가 아니라, 기록되어야 할 기사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0번째 기록을 마친 지금, 내 몸의 십 분의 일이 사라졌군요. 남은 모든 익명제보를 전할 때까지, 내가 형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


(바스락거리는 소리)

...창밖의 시커먼 하늘이 주둥이를 껌뻑이듯 움직이는군요. 시간이 없습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