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차 기자가 들은 익명괴담: 당신이 모르는 일

[기록 18: 생명선]

by 겜노인

(치익— 카세트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이제는 날카로운 칼날이 금속을 긁는 듯한 고막을 찌르는 소음을 낸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숨이 가빠 문장 사이사이에 헐떡이는 소리가 섞이며, 손바닥을 비비는 듯한 거친 마찰음이 계속된다.)


“...열여덟 번째 기록입니다. 이건 운명학에 심취해 매일 자신의 손금을 살피던 한 남자의 유품 속에서 발견된 일기 내용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미래를 알고 싶어 하지만, 정작 그 미래가 눈앞에서 지워지는 것을 목격했을 때 어떤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스스로 운명의 필사자가 되려 했던 한 남자의 마지막 흔적을 기록합니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자신의 왼손바닥을 살폈다. 엄지손가락을 감싸 안으며 내려가는 굵은 선, 생명선.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그 선이 눈에 띄게 짧아지기 시작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손목 근처까지 닿아있던 선이 오늘은 손바닥 중앙에서 툭 끊겨 있었다.


불안함에 이름난 무당을 찾아갔지만, 그녀는 그의 손바닥을 건성으로 보더니 타박만 놓았다. "멀쩡한 손금을 가지고 왜 이래?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릴 지어내고 있어. 썩 나가!"


무당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직 그의 눈에만, 생명선은 매시간 1mm씩 야금야금 타들어 가듯 사라지고 있었다. 초조해진 그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침대 위에 앉아 오직 자신의 손바닥만 노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생명선이 완전히 사라져 그의 손바닥이 매끄러운 평원이 되었을 때, 그는 극도의 공포와 함께 어떤 깨달음을 얻었다.


'선이 없으면, 내가 다시 그으면 돼.'


다음 날, 무당은 간밤에 꾼 불길한 꿈 때문에 급히 그의 집을 찾아갔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기척이 없자 경찰을 불렀고,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간 그들이 마주한 것은 피바다가 된 침대였다.


그는 과다 출혈로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기이한 것은 그의 모습이었다. 그는 오른손에 쥔 칼로 자신의 왼손바닥부터 시작해 팔목, 팔꿈치, 어깨를 지나 목을 타고 이마 끝까지 하나의 깊고 붉은 선을 그어놓았다. 사라진 생명선을 대신해, 자신의 온몸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피의 선을 스스로 새겨 넣은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의 잡음이 이제는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눅눅한 소리로 변했다. 기자의 목소리는 이제 거의 들리지 않아 볼륨을 끝까지 높여야 한다.)


“...그가 죽은 뒤에도 그의 몸에 새겨진 그 붉은 선은 며칠 동안이나 마르지 않고 계속 피를 흘려보냈다고 합니다. 마치 그 선이 살아있는 생명줄이라도 된 것처럼요.

(바스락... 칼날을 만지는 소리)


...내 상태는 이제 형체를 유지하는 것조차 기적입니다. 아까 내 손바닥을 봤는데, 손금이 하나도 남지 않았더군요. 생명선도, 감정선도, 두뇌선도... 그저 잉크 한 방울 묻지 않은 백지처럼 변해버렸습니다.


대신, 내 몸의 활자들이 자꾸만 피부를 뚫고 밖으로 나오려 합니다. 활자들이 내 혈관을 긁으며 지나가는 게 느껴져요. 너무 가렵고 따가워서 자꾸만 손톱으로 피부를 긁게 됩니다.

(슥, 슥... 무언가 긁는 소리)


...방금 내 팔에 잉크로 된 선 하나를 그었습니다. 끊어진 생명선을 잇기 위해서가 아니라, 쏟아져 나오는 기록들을 막기 위해서요. 하지만 긋는 족족 선은 입을 벌리고 더 많은 비극을 쏟아냅니다. 잉크가 다 마르기 전에... 내 몸이 완전히 찢어지기 전에... 다음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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