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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Dec 01. 2018

고난의 끝엔 드라큘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을 움직인 게임] 코나미 캐슬바니아 시리즈

1986년 9월 26일 당시 북미, 일본 시장을 점령한 게임기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으로 한 개의 게임이 출시됐다. 당시 드물었던 스크롤 기반의 액션 게임이었던 이 게임은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아동용 게임과 달리 어두운 판타지 세계를 담았고 꿈도 희망도 없는 저주받은 곳에서 생존하기 위한 주인공 시몬 벨몬드의 모험을 담았다. 이 게임이 크게 성공하고 많은 시리즈를 배출하며 32년이라는 세월 동안 장수할지 누가 알았을까.


"맞다. 벨몬드가 의 저주로 불리는 코나미의 명작 시리즈 캐슬바니아(Castlevania)다."


캐슬바니아는 아동용 게임 위주로 흘러갔던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에서 보기 드문 '고딕 호러' 액션 게임이다. 악마성으로 불리는 공간 내에서 유저는 주인공을 이용해 탐험하고 최종적으로 그곳을 만든 존재 드라큘라를 찾아낸 제거 해야 한다. 당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의 사양이 녹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8개의 스테이지 구성과 다양한 특성의 악마들, 그리고 당시 엄청난 난이도로 마니아들의 도전 의식을 불태운 게임이다.

캐슬바니아 1편. 참고로 마지막 드라큘라는.. 정말 어렵다. <사진출처: 게임 캡처>


당시 이 게임은 일본 내에도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시리즈가 나올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게 된 건 북미 유저의 힘이 컸다. 당시 북미에서 아동용 게임에 만족하지 못하고 자극적이면서도 화끈한 게임을 찾는 유저들이 많았다. 재미있게도 당시 이런 류의 게임은 아케이드 센터에 있었고 닌텐도의 경쟁사였던 세가가 주름잡고 있었다. 이런 특성은 세가의 16bit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가 나오며 붐으로 연결된다. 


당시 이 게임은 그때 당시에는 보기 드문 열린 형태의 스테이지를 띄고 있었다. 자유롭게 스테이지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고 각 스테이지를 담당하던 세미 보스를 물리치면 더 많은 영역을 오갈 수 있는 방식이다. (1편은 완전하다고 보긴 어려웠으나 2편부턴 대표 특징으로 자리 잡는다) 이 방식은 이후에 나오는 다양한 게임, 특히 난이도가 높은 게임들이나 액션 RPG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당시 게임들은 RPG조차도 진행 후 종전 구역으로 다시 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굉장히 비밀스러운 요소들이 많았고 RPG 못지않게 텍스트 의존도가 많은 게임이었다. 단순히 그냥 적을 물리치며 끝까지 가도 보스를 만날 수 없는 경우도 있었고 특정 어떤 구역은 수수께끼 같은 문서를 읽고 특정 아이템을 가져온 후 절벽으로 뛰어내리면 비밀의 길이 등장해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매우 드문 신선한 시도 등이 많이 있었다. 벽을 파괴했을 때 체력 회복이 되는 음식이 나오는 것도 캐슬바니아의 특징 중 하나였다.


또한 플랫포머 스타일의 액션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이 시리즈의 인기비결이었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상당히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건 '낙사'였다. 아무리 체력이 많아도 물에 빠지거나 아니면 절벽에 떨어지면 그냥 사망했다. 그리고 제거한 적은 새로 시작하거나 다음 스테이지에서 돌아오면 모두 되살아 있다. 물론 제거한 세미 보스는 없지만 일반 적은 전부 되살아났다.

이제는 구하기도 힘든 1편 표지 화면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홈페이지>


그래서 특정 어려운 구간 내에선 일부로 '고약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큰 짜증을 유발한다. 최근 게임과 비교하면 죽음으로 완성하는 퍼즐 '다크 소울' 시리즈나 '블러드본'과 흡사했다. 이 문제의 주 요인은 공중에서 제어가 되지 않는 점프 때문이었다. 적들은 초반부터 탄을 쏘거나 무기를 던지는 행위를 했는데 꼭 얄밉게도 절벽이나 물 웅덩이 앞에서 그랬다. 아이템을 적절히 쓰면 좋지만 그렇지 못하면 십중팔구 사망했다.


캐슬바니아 만의 재미있는 점은 또 있다. 적들의 성능이 대 부분 주인공보다 뛰어나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느리고 애매한 거리의 공격 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에 반해 적들은 상, 하로 마구 날리는 공격부터 정면 공격은 무조건 막아내는 적, 원 곡선을 그리며 멀리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며 박치기하는 적 등 정말 아이들이 패드를 던지게 만드는 그런 적들로 가득했다.

의외로 텍스트가 많이 나온다. 때론 귀찮기도 하다. <사진출처: 게임 캡처>


이런 특징들은 시리즈를 관통하는 포인트가 돼 이후 나오는 모든 캐슬바니아 시리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높은 난이도와 자유로운 이동 방식, 아이템을 구하고 사용하는 요소, 그리고 위에서 언급은 안 했지만 촛불을 끄면 나오는 하트를 이용해 특수 무기를 쓸 수 있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특이하게도 촛불이나 등을 끄면 하트가 나왔고 이를 먹으면 일명 '마나 게이지'가 올라가 특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 부분도 캐슬바니아의 묘한 특징인데 이 부분의 일화는 이렇다. 빛에 약한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빛을 흡수하는 방식을 구현하려고 했으나 당시 개발력으로는 표현 자체도 힘들었고 유저들이 이해하기도 어려웠던 것. 그래서 방법을 고민하다가 촛불을 먹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여러 형태로 바꾸다 촛불을 끄면 아이템이 나오고 그걸 힘으로 인식하게 하자였다. 마나 게이지가 다른 게임과 달리 하트를 먹게 된 이유도 이렇다.

2편 리메이크. 하트를 먹으면 보조 무기 사용이 가능하다. <사진출처 월드프레스 닷컴>


"캐슬바니아는 그렇게 어른의 게임으로 자리 잡아 큰 인기를 누린다"


1986년 출시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으로 나온 후 1993년 패미컴으로 이식돼 더 많은 사용자들의 선택을 받게 되고 2004년 패미컴 미니 시리즈 중 하나로 발탁돼 게임보이 어드벤스용으로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컬러를 배정받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팬들 입장에선 감개무량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캐슬바니아 첫 편의 특이한 요소가 또 있다. 1편의 경우는 당시 북미 시장에서 유행하던 30~60년 대풍의 괴물이나 유령, 귀신들이 거의 원작 작품들의 모습과 상당히 비슷한 형태로 등장한다. 세미 보스에는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 제임스 웨일 감독의 영화 속 모습과 거의 동일하다.  늑대인간부터 미라, 머믹,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아는 드라큘라의 모습도 고전 공포영화의 특징이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1931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모습 <사진출처: 올포스터>
왼쪽의 프랑켄슈타인 모습. 정말 영화랑 똑같다. <사진출처: 유튜브>


이는 당시 이런 이미지 소재에 대한 한계와 내부 기획자, 개발자들이 이 시리즈를 공포 게임으로 구상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액션 요소가 강하지만 초반 기획은 패미컴 시스템에서 돌아갈 수 있는 공포 게임이었다. 그래서 비밀을 푸는 어드벤처 요소가 강했는데 밸런스 조절에 실패, 지금의 캐슬바니아의 모습이 완성됐다. 어찌 보면 이런 과정은 당시 플랫폼의 한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의외로 후속작은 빨리 나왔는데 당시에는 게임이 완성되면 출시는 영업부가 판매점에 전단지를 돌리고 물량을 주문받아 배포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개발이 끝난 후에는 곧바로 후속작 개발을 임원이 결정했는데 당시 코나미에선 보험 형태로 게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 버전이 잘 팔리지 않을 것을 우려해 후속작은 MSX 버전으로 출시했다. 이후에도 캐슬바니아는 이런 특징을 살려 무궁무진 타 플랫폼으로 선보이며 시리즈를 우후죽순 확장시킨다.


2편은 1편과 달리 서브 웨폰이 성수만 존재하고 나머진 아이템을 얻어 사용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액션 요소를 줄이고 탐험 요소를 대폭 올렸는데 이때 이동에 대한 자유도가 매우 높아져서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완수해야 하는 지금의 캐슬바니아 시리즈의 특징을 완성하게 된다.

이식기기가 다양해지면서 표현 요소도 한층 풍부해졌다. <사진출처: US게이머>


성공 가능성을 엿본 코나미는 이후 일명 '연대기'를 만들어 정리를 하기 시작한다. 코나미가 자체적으로 했다기 보단 시대관과 이야기 등의 상황을 조금은 더 알 수 있게 배치했고 밸몬드 가문이 대대로 계속 드라큘라와 싸워나가는 이야기를 완성해냈다. 1987년 2편 '드라큘라 2 저주의 봉인' 편부턴 본가 시리즈로 불리는 정식 넘버링 작품과 외전으로 불리는 스핀 오프 버전, 그리고 이식 또는 확장 형태의 휴대용, 차세대 게임기용 로드 오브 섀도우 시리즈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돼 개발, 판매되기 시작한다.


캐슬바니아 게임은 게임 역사 내에서도 여러 의미를 가진다. 액션과 어드벤처, 롤플레잉을 혼합한 보기 드문 복합장르 게임이었다는 점, 보조 무기를 활용한 액션 전개와 자유도를 높인 이동 형태, 그리고 각종 비밀 요소 등을 활용한 반복 플레이, 그리고 주인공보다 강하고 다양한 형태의 공격을 펼치는 적들까지 이 요소들은 북미 유저, 개발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쳐 이 같은 게임들의 등장과 시리즈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끝>

슈퍼패미콤 버전인 캐슬바니아4 <사진출처: 인디레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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