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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겜노인 Nov 13. 2018

이상한 나라의 배관공 '슈퍼 마리오'

[세상을 움직인 게임] 닌텐도 슈퍼 마리오 시리즈

1981년 7월 9일 동키콩이라는 이름의 게임이 출시됐다. 닌텐도에서 개발한 이 게임에는 작업복 차림의 콧수염 남자가 등장해 미녀(또는 공주?)를 구출하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었다. 설정은 의아했다. 공주를 구하기 위한 기사의 모습도, 올리브를 지키기 위한 뽀빠이의 모습도 아닌 멜빵바지와 흡사한 작업복의 남자가 열심히 사다리를 타고 점프하며 분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게임의 출시, 정확히는 이 게임에 등장한 마리오라는 캐릭터의 등장은 세계 게임사에 큰 업적이 됐고 나아가 게임 업계의 발전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다. 닌텐도의 대표 게임이자 캐릭터인 마리오다.

슈퍼 마리오 30주년으로 공개된 일러스트 <사진출처: 닌텐도 홈페이지>


동키콩의 주연은 당연히 동키콩으로 불리는 거대한 고릴라였지만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마리오뿐이었다. 굴러오는 맥주통을 점프로 피하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연결돼 있는 컨베이어 벨트를 끊어내면 불쌍한 동키콩이 추락하게 되고 결국 미녀를 구하게 된다는 설정이었다.


당시 이 게임을 개발한 직원은 당시 기획과 에 소속된 디자이너 미야모토 시게루였다. 그는 악성 재고로 남은 레이더스코프 아케이드 게임기를 재활용할 게임을 개발하라는 특명을 -반 강제로- 받게 됐다. 마땅한 인력 지원도 받지 못한 상태였지만 뽀빠이에서 영감을 얻는 그는 프로그래밍 외주를 둔 상태로 업무를 시작해 3개월 만에 동키콩을 만들어 직원들 앞에 선보였다.

이때만 해도 그는 날씬한 점프맨이었다! <사진출처: 패키지랜드>


당시 사내 분위기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대성공. 악성 재고 처리는 물론 연 매출 1억 달러를 기록하는 기업으로 닌텐도를 탈바꿈시키게 된다. 당시 닌텐도 사장이었던 야마우치 히로시는 미야모토 시게루를 100명에 1명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칭송했다. 재미있는 점은 미야모토 시게루의 입사 경위였다.


1976년 대학을 5년 만에 졸업한 미야모토 시게루는 예술 대학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마땅히 취직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이를 본 그의 아버지는 자신의 인맥을 이용, 교토에 있는 어떤 장난감 회사에 면접을 보도록 했다. 자동차나 가전 같은 디자인에 관심이 없었던 미야모토 시게루는 포트폴리오로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장난감 디자인 원안을 가져갔고 이를 좋게 평가한 사장 덕분에 신입 사원 채용이 없음에도 무사히 취직할 수 있게 된다. 이 회사가 바로 닌텐도였다.

미야모토 시게루 <사진 출처: 닌텐도 홈페이지>


일명 '전설의 낙하산 직원'의 시작이기도 한 이 일화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미야모토 시게루는 디자인 학과를 나왔지만 설계나 기획, 그리고 재미있는 형태의 물건 등을 그리는 걸 즐겼다. 아마 그의 장난감 디자인에는 다른 곳에 볼 수 없던 독특함이 있지 않았을까. 이를 좋게 평가한 사장이 그를 채용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시작된 미야모토 시게루와 닌텐도의 인연은 회사의 승승장구와 함께 역사가 된다. 동키콩 시리즈는 다양한 발전을 거두면서 승승장구하지만 미야모토 시게루는 시리즈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좁은 공간에서 오르내리는 역의 캐릭터를 활용한 다른 게임을 구상했고 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판타지 세계를 창조해낸다. 그렇게 탄생한 게임이 1985년 9월 13일 선보인 슈퍼 마리오다.

필자의 어릴 때를 꽉 채워준 전설의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사진 출처: 패키지랜드>


이미 그전에 선보인 '마리오 브라더스'에서 착안된 액션들을 퍼즐 요소와 스크롤 기반의 스테이지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그는 복잡한 구성을 떠나 2개의 버튼과 십자키로 모든 액션을 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 그리고 모든 액션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자신이 원하는 대로 게임을 끝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슈퍼 마리오는 액션성을 가진 스크롤 기반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으며, 꼭 화면 내 모든 적을 죽이지 않아도, 준비된 퍼즐 요소들을 다 해결하지 않아도 게임을 완료할 수 있게 했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천재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첫 화면 <사진 출처: 게임 캡처>


당시 게임들은 필수적으로 완료의 조건이 존재했다. 모든 적을 격파해야 했고 퍼즐 등은 꼭 완료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슈퍼 마리오는 그런 조건이 '도착' 하나로 귀결됐다. 쉽게 말하면 어떤 동작이든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끝까지 가면 게임이 완료되는 식이었다. 당시에는 이 시도가 매우 획기적인 접근법이었고 향후 수많은 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런 특징은 곧바로 판매량으로 드러났다. 패미컴으로 출시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첫 번째 작품은 일본에서만 681만 개, 전 세계적으로는 4천만 개 이상이 팔리며 승승장구했다. 현재까지 단일 플랫폼 판매량 2위를 기록 중에 있다. (1위는 8천2백만 장의 Wii 스포츠다) 배관공 복장의 콧수염 남자가 전 세계를 제패한 순간이었다.

그들이 해냈다! <사진출처: 닌텐도 홈페이지>


재미있는 점은 또 있다. 마리오의 탄생 배경이다. 당시 동키콩 게임 내 주인공의 이름은 '점프맨'이었다. 초반 뽀빠이를 소재로 쓰려고 했으나 저작권 협상이 결렬돼 부득이하게 별 다른 이름 없이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동키콩 첫 편의 미녀는 올리브랑 상당히 흡사하다. 이후 금발의 미녀로 교체됐다. 이후 마리오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건 닌텐도 미국지사 일화 때문이다.


당시 닌텐도의 북미 지사는 지금과 달리 성과를 크게 내고 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사무실 역시 임대로 사용하고 있었고 임대료가 밀리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한다. 계속된 임대로 연체에 화가 난 건물주가 사무실을 항의 방문했는데 이때 닌텐도 직원들은 너무 태연하게 동키콩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이를 본 건물주는 "일은 하지 않고 게임이나 햐고 있냐?"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마리오씨. <사진 출처: 닌텐도 홈페이지>


그가 간 후 닌텐도 직원들은 불 같이 화를 내는 그의 모습이 뇌리에 남았는지 미야모토 시게루에게 점프맨의 이름을 건물주 이름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리고 다소 마른 체형의 캐릭터도 그의 모습과 흡사하게 살짝 통통한 느낌을 주자고 덧붙였다. 미야모토 시게루는 게임과 어울린다고 판단, 이를 즉각 수락했다. 그 건물주 이름이 마리오 시갈리였다. 그는 향후 마리오 게임이 대성공을 거두자 "로열티를 받으면 좋겠다"라고 농담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 실존 인물은 2018년 10월 27일 84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슈퍼 마리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각종 플랫폼으로 확장돼 출시되기 시작했다. 본편 시리즈를 제외해도 약 250편이 제작돼 유저들을 만났으며, 파티나 카트 등 스핀오프 게임들로 영역을 확장해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3D 마리오 시리즈는 당시 드물었던 3D 게임의 기초를 확립한 게임으로 주목받았다. 2D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났음에도 대 부분의 유저가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조작과 게임성을 제공해 많은 찬사를 받았다.

점프 거리나 높이의 제약은 당시에 당연해 보였다. <사진출처: 게임 캡처>


그러나 슈퍼 마리오의 무엇보다 큰 영향력은 게임 자체가 주는 재미의 기초에 있다. 모든 게임들은 조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 조작이 어떻게 유저에게 영향을 주는지는 게임마다 천차만별이다.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이 부분에서 매우 선명한 방식을 제공한다. "유저가 조작한 만큼 움직인다"라는 것. 이 요소는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그동안 게임에서는 크게 중요시하지 않던 부분이다.


예를 들어 버튼을 눌렀을 때 점프를 하는데 일반 게임은 정해진 높이까지 캐릭터가 올라간 후 내려온다. 더블 드래곤 게임에서 보면 버튼 누름의 지속 시간 여부와 상관없이 점프 높이는 항상 일정하다. 버블버블 귀여운 드래곤들도 그렇다. 하지만 슈퍼 마리오 게임은 버튼의 지속 여부에 따라 매우 낮은 점프부터 높은 점프까지 가능하다. 달리기도 도약 후에 더 멀리 갈 수 있고 공중에서도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다.

그러나 마리오 게임에선 높이부터 방향, 거리까지 유저가 조작한 만큼 이루어진다. <사진출처: 닌텐도 홈페이지>


이는 당시만 해도 매우 획기적인 조작이었다. 그리고 액션 또는 플랫포머라는 장르가 생기기 전에는 고민 조차 하지 않았던 영역이다. 슈퍼 마리오가 이를 시도하자 많은 게임들에 변화가 생겼다. 유저가 조작하는 만큼 게임이 움직이도록 설계됐고 게임 세계의 자유도는 더욱 강화됐다. 장르의 다변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단순한 변화였지만 게임 업계 전체가 반응하고 유저들의 발전을 유도했다.


현재까지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전 세계 5억만 장 이상이 판매됐다. 이는 단순히 캐릭터의 독특한 외형이나 파이프를 타고 버섯을 먹어 성장하거나 꽃을 먹고 불을 쏘기 때문도 아니다. 마리오 시리즈의 성공은 게임이 유저에게 어떤 재미를 제공하고 어떤 느낌을 전달하는지를 느끼게 해 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코지마 히데오'는 마리오 시리즈를 '눈부신 창작물'이라 칭하며 이 게임이 없었다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칭송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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