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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Feb 22. 2023

출판사는 원래 다 그렇게 일합니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출간 제의를 드디어 나도 받게 되었다. 그간 써온 글을 묶어서 몇 권의 브런치북으로 내놓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2월의 첫째 날 전해져 온 소식은 나를 들뜨게 했다. 모 출판사의 편집자라는 사람이 보내온 출간 제안 이메일에는 나의 글이 너무 좋아서 출간을 해보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른 출판사와 작업을 하고 있지 않으면 자기네 출판사와 함께 해보고 싶다며 의향이 있으면 답을 달라고 했다.


9년 전에 책을 한 권 낸 적은 있지만 그건 너무 오래전 일이고 더구나 여행작가가 되고 싶었던 터라 여행기로 책을 내자는 제안에 솔깃할 수밖에 없었고 편집자가 평가한 내 글은 내가 의도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생 출판사니까 출간을 하게 되면 오히려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도서업계 친구의 말에 용기를 내서 수락한다는 답 메일을 보냈다. 그러고 몇 시간 뒤에 곧장 내부에서 기획회의를 거쳐 다시 연락을 드리겠다는 메일이 왔다. 


그리고 나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자 조바심은 나는데 좀 저렴해(!) 보일까 봐서 내색은 못하고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내부적인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리다가 그 조바심을 이기지 못해 다시 메일을 보냈다. 하루이틀 답이 없었고 수신확인을 해보지 편집자는 메일을 열어보지도 않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그 편집자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고 걱정까지 하는 오지랖을 부렸다.


제안을 받고 3주가 지났다. 이쯤 되면 저쪽에서도 특별히 의향이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혹시나 해서 출판사로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 편집자가 바로 전화를 받았다. 먼저 그가 무사함에 안도했다.


"저...안녕하세요. 브런치 오궁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전화주셨는데요?"

"저한테 출간 제의를 하시고 제가 답을 드렸는데 여태 가타부타 말씀이 없으셔서요."

"아, 그 메일은 제가 안 쓰는 메일이라서 확인을 안 했네요."

"네? 뭐라구요?"

"아... ... 음... 저희가... 기획안을 가지고... 회의를... 했는데..."

"네, 말씀하세요."

"저희가... 신생출판사이고... 음...작가님의 글은 너무 좋은데...여행기는 지금 이 시점에서 출간하기에는...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그러면 진작에 안 된다고 말씀을 해주셨어야지요. 괜히 사람 기다리게 하시고. 암튼 알겠습니다."


이건 무슨 경우인가 싶어서 참 당황스러웠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원고 투고라는 메뉴에 들어가 봤더니, 원고는 접수하되 돌려주지는 않고 출간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답을 주지 않는다는 정책이 적혀 있었다.


아, 그랬구나. 원래 답을 안 주는 게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구나. 나도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지만 어쨌든 잠재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인데 이런 식으로 출판사는 작가들을 대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내가 원고를 투고한 사람도 아니고 본인이 나한테 같이 일을 해보자 제안했으면 최소한 안 된다는 답장 정도는 쓸 수 있는 것 아닌가? 제 아무리 출판사가 작가들의 갑의 위치에 있더라도. 솔직히 이게 출판사들이 작가들을 대하는 관행인지 그 편집자의 개인적인 일하는 방식인지는 알 수는 없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는 경험이었다. 내가 출판사를 골라서 출간할 수 있는 유명 작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거기하고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 브런치에는 아마도 많은 출판업계 종사자들이 계실 텐데, 도서업계 종사하는 친구 말로는 그 업계 다 그렇다고 하더라만 최소한의 비즈니스 매너는 서로 지켰으면 좋겠다. 우리끼리 갑질을 주고받는 건 좀 그렇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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