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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여행 준비를 위한 책 몇 권

나의 사소한 대만 여행기

by 오궁

혼자 떠나는 3박 4일 해외여행 행선지가 정해졌다. 어디를 가든 아는 만큼 더 보인다고 하고 유식해질 수 있는 기회다 싶어 대만여행 정보를 되는 대로 모았다. 현지에서의 생존에 필요한 기초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는 데는 인터넷 카페만 한 곳이 없다. 카페에 올라온 후기며 질문과 댓글들을 한 달 치 정도만 읽어 보면 대략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어디를 가며 무엇을 먹으며 뭘 사 오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볼 거리, 살 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구글 지도 위에 저장해 두면 된다. 동선을 짜는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 대만관광청 서울사무소 홈페이지에서 신청하고 택배비만 내면 관광안내 책자도 보내준다. 준다니 받아야지. 카페에서 회자되는 정보와는 결이 조금 다른 것이 그 책자에는 대만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담겨 있기 때문. 여행을 떠나기 전에 미리미리 많이 알아두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즐거움이라 마다할 이유가 없지.


대략적인 여행정보를 모으고 나서 대만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국공내전, 장제스, TSMC, ASUS, ACER 같은 전자회사 이름들, 한때 유행했던 대왕 카스텔라, 배우 주걸륜, 내가 타던 자전거 브랜드 KHS와 MERIDA, 첨밀밀의 등려군, 1992년 단교, 101타워, 국민당과 민진당…


비록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라 보고 듣고 경험할 것이 많지 않더라도 ‘나도 이거 보고 먹고 왔다’ 수준의 내용보다는 이왕이면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알고 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 수소문을 해보았더니 세 권 정도의 책이 추려졌다.


1) 대만산책, 류영하, 이숲

한국 사람이 쓴 책이다. 저자는 류영하. 백석대학교 중국어학 전공 교수. 대만 칭화대학교 초청 교수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중국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대만 일기다’. 먹기, 걷기, 보기, 알기라는 네 가지 주제로 총 41편의 글이 실려 있다. 동아시아 한자문화권을 공유하는 한국 사람의 시각으로 대만의 깊은 속을 들여다본 이야기이다. 쉬운 문체로 술술 읽히게 썼다. 대만의 어제와 오늘, 정치, 경제, 문화, 인종, 사회 등등을 빠르게 엿볼 수 있는 좋은 입문서이다. 여행 가기 전 딱 한 권만 읽어야 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인천에서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까지 두 시간 남짓한 비행 중에 읽어도 좋을 듯하다.


2) 드디어 만나는 대만사 수업, 우이룽 지음, 박소정 옮김, 현대지성

대만 사람이 쓴 책이다. 중학교 역사교사가 쓴 400년 대만 역사책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는 400년 대만의 역사‘라는 부제답게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아도 쉽게 읽힌다. 중학교 수업 시간에 설명하듯 다정다감한 문체가 인상적이다. 마치 교실에 앉아서 친절한 선생님께 수업받는 기분이 든다. 추천의 글을 쓴 사람 중 한 명이 대만산책의 저자 류영하 교수이다. 큰 제목만 보면, 선사시대부터 반청항쟁기까지, 청나라 통치시대, 일본 통치 시대, 중화민국 시대로 대만 역사가 나누어진다. 이 책을 읽어보면 학교에서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중국 현대사에 대한 흐릿한 몇몇 단어들이 느슨하게나마 연결되는 걸 느낄 수 있다. 대만을 왜 중국말 쓰는 일본이라고 하는지, 중국과 대만의 이슈가 왜 동아시아 평화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


3) 도둑맞은 자전거, 우밍이 지금, 허유영 옮김, 비채

역시 대만사람이 쓴 책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작가다. 대만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후보에 오르는 등 대만 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나는 소설의 주제와는 무관하게 대만 자전거가 왜 유명한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사, 대만사, 대만의 자전거 발전사, 동물원사, 나비 공예사 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가족들,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만의 현대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스토리 자체의 흡입력이 좋고, 번역도 훌륭하다. 대만 여행과 무관하게 보편적인 정서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이 책은 대만 여행 전, 중, 후에 읽었는데 나의 대만 여행을 여러모로 매우 풍성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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