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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당첨?

나의 사소한 대만여행기

by 오궁

그 모든 일들이 다 빌드업이었던 것이었다.


여행 일정은 화수목금이었지만 월요일도 휴가를 냈지만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월요일에 휴가를 취소하고 출근했다. 10시 반 비행기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으나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가 빨리 오지 않아 잠시 마음을 졸였다. 그래도 공항철도를 잘 타고 들뜬 마음으로 가고 있는데 전화가 울렸다. 일곱시 반이었고 발신자는 마누라가 아니라 회사 사장님이었다. 정시보다 조금 빨리 이륙한 비행기가 타오위안 공항 상공에서 곧 착륙한다고 해놓고선 착륙 방향이 바뀌었는지 큰 원을 그리며 한 바퀴 선회를 하는 바람에 살짝 긴장을 했다. 안전하게 내려서 입국심사를 받아야 되는데 온라인 입국신고서 제출한 것을 E-GATE 등록으로 착각하고 당당하게 여권을 스캔했으나 사람 있는 데로 가라며 입국을 거절당했다. 그 와중에 전화가 또 울렸다. 이 시간에 누가? 더구나 국제전화인데. 받고 보니 이번에는 사장님은 아니고 회사 임원이었다. 급하게 끊고 카카오톡으로 전화 통화를 한참 했다. 아직 입국심사 전, 통화 끝나고 입국심사대 줄을 섰더니 사람이, 사람이 많다. 일부러 비행기 좌석도 앞자리로 잡았는데… 혼자 하는 여행이라 늦든 말든 큰 상관이 없는데, 출국하는 공항 말고 입국하는 공항에서는 같은 시간도 허비하는 느낌이 든다.


겨우 몇 시간만 지나면 새로운 도시에 적응이 되겠지만, 비행기에서 내려서부터 도시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해외를 그렇게 많이 다녀봐도 늘 그렇다. 남의 나라라는 곳이 저절로 살짝 주눅 들게 하는 뭔가가 있다. 정신을 잘 수습한 다음 공항에서 해야 할 두 가지를 챙겼다. 교통카드 없이는 여행이 어려우니 미리 예약해 두었던 이지카드를 찾고 여행지원금 신청을 하는 것.


대만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여행지원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당연히 모두 다 주는 건 아니고, 사전에 온라인으로 신청해서 QR 코드를 받아 두면 그걸 공항에 있는 럭키랜드 키오스크에서 스캔하고 당첨이 되면 무려 5,000 NTD를 준다. 대략 환율을 50원으로 계산하면 무려 25만 원! 이 좋은 걸 신청 안 할 수 없지. 되면 좋고 아니어도 할 수 없지. 대만 여행 카페를 보면 당첨 확률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아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작은 부스에 키오스크가 몇 대 있어서 QR 코드를 스캔하고 버튼을 눌렀다. 어? 하는 사이에 Youn win 어쩌고 하는 메시지가 뜨더니 잠시 뒤 처음 화면으로 돌아갔다. 어머나, 내가 당첨??? 진짜? 이게 맞아? 여전히 긴가민가 하는 마음에 지원금 수령 창구로 갔더니 축하한다며 귀국 편 항공 예약 내역을 확인해 달라고 한다. 작은 봉투 하나에 담긴 카드를 하나 준다. 아이캐시 5000 NTD. 교통, 편의점, 마트, 음식점 등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카드다.


아, 진짜 당첨된 것 맞구나? 이렇게 되려고 아침부터 그 자잘한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났던 것이었구나. 갑자기 대만이 너무 사랑스러워졌다. 아이 러브 타이완, 워 아이 타이완을 속으로 외치며, 공항철도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다시 한번! 아이 러브 타이완 쏘 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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