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

by 오궁

채종(採種)

[명사] 좋은 씨앗을 골라서 받음

울타리 밑에

어디선가 날아온 갓 씨앗 두 알이

싹을 틔우고 떡잎을 밀어 올리더니

무서운 기세로 자라

감히 꺾어 먹지 못하고

관상용으로 두었다.

줄기가 굵어지고 잔잔한 꽃을

높이높이 피우다가

벌나비를 잘 만나

길쭉한 씨방안에 갈색 우주를 품었다.

터지기 직전까지 기다려

조심스레 한줄기한줄기 꺾어다가

포대에 넣고 탈탈 털었다.

몇 천 개 아니 몇 만 개쯤 되어

몇 십평은 덮을 만큼의 씨를 얻었다.

씨앗 부자가 되어 내년 봄을 기다린다.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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