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순김치로 여름 시절 음식을…

그 남자의 요리생활

by 오궁

으른(!)들의 음식이라는 것들이 있지.

열 몇 살, 스무 살 언저리에는

거들떠도 보지 않다가

마흔 정도는 거뜬히 넘어서야

‘이 맛있는 걸 왜 이제 알게 되었지?‘ 하는

음식들 말이지.


고구마순으로 만든 음식들이 그렇다.

코딱지 만한 땅 한 구석에

고구마순 6천원 어치를 사다가

심었더니 미친듯이 순이 퍼져 나갔다.

(고구마는 제대로 달려 있을까??)


먹을 것 차고 넘치지만

이 여름에 이 진미를 놓칠 수 있나.

길고 여린 순을 잘라서 잎을 따고

(내가)

스트링 치즈를 찢듯 껍질을 벗겼다.

(아내가)


한 번은 살짝 데쳐서

마늘 빻아 넣고

조선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으로 들들 볶아

고구마순나물을 해 먹었다.

순식간에 뚝딱!


한 2주 지나서 고구마밭

(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박한)을

들여다 보았더니

그새 또 여름 햇볕 아래 순이 한창이었다.


지난 번보다 더 많은 순을 꺾어서

이번에는 고구마순 김치를 만들었다.

역시 살짝 데쳤고

다진 마늘, 강화도 특산품 육젓,

엄니표 조선간장, 또 엄니표 개복숭아청,

또또 엄니표 태양초 고춧가루로

양념을 만들고

손에 젓갈 냄새가 가시지 않을 정도로

박박 비벼서 김치를 만들었다.


아삭하던 고구마순에서

수분이 빠져서 쫀쫀해졌고

양념을 조금 더 삭으면

더 맛있어지겠지만

이미 지금도 충분히 맛있다.


여름은 가을을 향해 흐르고

시절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으른(!)은 또 다가올 가을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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