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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궁 Dec 04. 2022

하동에서 온 돌문어 숙회

하동 출신인 친구의 친구는 하동에 산다.

토지와 화개장터 정동원으로 유명한 하동이다.

하동은 남해섬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내륙에 있는 하동 사람들은 바다음식도 즐겨 먹는다.

친구의 친구는 배도 갖고 있는 직접 머구리로 활동한다.

그 친구의 친구가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서 건져 낸(잡았다기 보다 건져냈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문어 몇 마리를 친구에게 보내왔다.

그 귀한 문어가 우리집까지 왔다.

하동 앞바다 남해에서 건져 올린 문어는 급속 냉동되어 하얀 스티로폴 상자에 담겨 택배차를 타고 또 친구 차를 타고 왔다.

어떤 식재료든 그 근원을 생각하면 할수록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커진다. 그 식재료가 이곳까지 오기까지 기여한 모든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남기는 것 하나 없이 맛있게 먹는 것이 식재료와 손을 보탠 모든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해동한 문어는 머리에 든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씻었다. 워낙에 깨끗한 재료라 씻는 것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좋은 재료일수록 뭘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냄비에 물을 조금 붓고 채반에 씻은 문어를 잘 올렸다. 5분이면 충분했다. 냄비와 뚜껑 사이로 힘있게 뿜어지는 증기는 문어를 속까지 잘 익혔다. 문어는 보라색에 가까운 갈색으로 변했다. 흐물흐물하던 살이 탱탱해졌다. 끓는 물을 품은 문어는 도마 위에서 뜨거운 김을 뿜어냈다.

잘 드는 칼로 얇게 썰어냈다. 칼이 슥슥 지나갈 때마다 문어는 투명하고 하얀 속살을 드러냈다.  중간 중간에 한 조각씩 집어 먹는다. 달다. 쫄깃하지만 부드럽다. 접시에 소담스럽게 담았다. 상 위에 올려서 아내랑 함께 저녁으로 먹는다. 기름장을 만들었다. 참기름이 과하지 않게. 고소하고 짠맛을 만난 단 문어의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남해바다의 짙은 바다내음을 가득 담은 문어가 서울에서 제 할 일을 다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이들에게도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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