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번만 이기면 되지

by 박지민

‘미안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가 있다.

‘미안해’라는 말을 하면 지는 것 같아서 겨우 우겨서 그 말을 집어 넣고 어쩌다가 ‘미안해’라고 말하고 오는 날은 억울함을 꾹꾹 집어 넣는다 나는.

미안함과 억울함이 가득 남긴 마음은 나를 무겁게하고 그 친구는 까맣게 가볍다 오늘도 속도 없이 웃는다.

결국 내가 진 것 같다. 뭐든 끝이 중요한 법인데 시간이 지나 끝이 선명히 보일 때엔 웃고 있는 사람이 미안한 사람이다. 아껴야 될 것과 아끼지 않아야 하는 것들을 여전히 배우고 있다.

돈은 아끼면 쌓여서 뭐라도 사는데 이게 뭐라고 쌓아둬서 이제는 버리지도 못하는 후회를 질질 끌고 다닐까.


‘미안해‘가 나를 이기게 하는 것이었고 나는 그렇게 자주 ‘미안해’하는 사람이 되려고.

그리고 그냥 져보려고 몇 밤만 자고나면 난 이길테니까


(흘려보내자구 그냥)








keyword
작가의 이전글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