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눈이 붉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애써 깊은 숨을 꾹 삼켜가며
움켜쥔 손의 힘만으로
견뎌야 하는 삶이 눈가에 몽글몽글 맺힙니다.
누군가 알아차릴까 절로 숙여진 고개 사이로,
볼을 타고 흐를 새도 없이 뚝 떨궈진 설움이
그대로 무릎에 스밉니다.
정수리와 무릎 사이의 공백.
그 시선을 따라 번져가는 울음들.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 사이로
문득 그날의 나와 나를 위로하지 못했던 이들이 떠오릅니다.
똑똑똑.
미안해요. 지금은 나도 너무 힘이 들어요.
슬쩍 내비친 설움이 문 앞에서 외면당했을 때 나도 그와 비슷한 눈이었습니다.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위로 치켜뜬 눈이
파르르 온몸을 흔들며 더는 버틸 수 없다 말했을 때
나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맞은편 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어색한 침묵 사이로 어색한 시선이 오갔습니다.
그는 말로, 전화로, 메시지로 나를 위로하지 못했던 사람들보다 더 따듯한 시선으로 나를 보듬었습니다.
나는 그게 또 서러워 애써 시선을 떨굽니다.
내 정수리는 느꼈을까요.
말보다 강한 마음의 시선을요.
누군가 오늘 퇴근길의 나를 봤다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은편 정수리를 향해 레이저빔을 쏘는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고요.
나는 오늘 지하철에서 눈이 붉은 사람을 만났고
그때의 나를 떠올렸고
맞은편을 향해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따위의 들리지 않는 응원 구호를 외쳤기 때문입니다.
2019년 7월 5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