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우리의 얼룩을 지워간다

by 김진빈




온통 너를 향해 있던 마음이

서서히 나를 돌아보고 우리를 아듬는다.


마음이 공허해지니

눈에 보이지 않던 얼룩이

제 얼굴을 불쑥 내민다.


너는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고

곧 사라질 거라고

그렇게 우리를, 우리의 얼룩을 정의한다.


그러면 나는

네 말대로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모든 순간에 안일하게 군다.


한 번 모습을 드러낸 얼룩은

우리의 삶 곳곳을 비집고

제 몸집을 키운다.


양치를 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멍하니 TV를 보는 순간에도

얼룩은 우리 사이에 불쑥불쑥 피어오른다.


돌이킬 수 없어진 우리의 관계가

모두 그 얼룩 탓이라

나는 그렇게 확신하고 만다.


아무리 깨끗이 쓸고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 위로

내가 몇 번의 눈물을 떨구는 동안에도

너는 아무 감정 없이 제 자리를 지키는 얼룩처럼

곧 괜찮아진다, 라는 말만 반복한다.


이게 다 그때 우리의 안일함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의 얼룩을

오래 그 자리에 두어서,

얼룩이 제 자리가 태어날 때부터 그곳이었던 것처럼 구는 것이다.


네가 떠난 자리에

병든 꽃처럼 이파리가 다 시들어버린

우리의 얼룩만 남았다.


그 주위를 뱅뱅 도는 날파리 떼를 보다가

그 위로 락스를 붓고 온 힘을 다해 문지른다.


희미하게 남은 얼룩의 잔해를 보며

미처 다 버리지 못한 미련이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그렇게 온통 너를 향해 있던 마음이

서서히 나를 돌아보고 지나간 우리를 아듬는다.




2019년 8월 20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