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서랍

by 김진빈




글로 쓰지 않아

휘발된 감각에 대해 생각한다.


글로 다시 감각하지 않아

사라져 버린 감정들을

기억 속에서 가만가만 매만져본다.


뜨거운 한여름으로 가는 길목,

온갖 차가운 것들로부터 변해버린 차디찬 속이

겉을 감싸고도는 뜨거운 바람에 놀라

미묘한 떨림을 만든다.

그 자리에 돋아난 오돌토돌한 닭살을 매만지며,

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린다.


그때의 나에게 누구라도 손을 내밀었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은 달라졌을까.


글처럼 선명하지 않은 기억은,

기억처럼 뚜렷하지 않은 감각은

시간을 타고 그대로 흘러가버린다.


나를 감싸고 있는 곧 유실될 감각들.

그때마다 브런치를 열어 작가의 서랍을 찾는다.


브로콜리너마저의 노래처럼,

어쩌면

작가의 서랍은

감각과 감정을 보관해두는

유실물 보관소쯤일까.




2019년 7월 27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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