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잉 지-잉.
병점행 막차 안으로 요란한 진동 소리가 연신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가 그 주인을 모르듯 주인도 울음소리의 정체를 모르는 듯 일정한 간격을 둔 기계음이 계속해서 제 목소리를 냈다. 진동이 거의 잦아들 때가 되었다 싶을 무렵 잠에서 깬 옆자리 중년 남성이 불현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스마트폰 액정에 뜬 지민 엄마라는 문구를 한 번 살피더니 그대로 허공에 다급한 헛손질을 했다.
응 지민 엄마.
좀 많이 마셨어.
미안해.
그렇게 됐네.......
남자는 그 네 마디를 건네는 동안 말과 말 사이를 꽤 긴 공백으로 채워갔다. 마지막 말끝을 흐린 뒤 멋쩍은 웃음을 지은 그는 전화를 끊은 뒤에도 한 정거장을 가는 동안 네다섯 번 잠에서 번쩍 깨 전광판을 봤다.
아차.
아직 석수네.
아차차.
아직도 석수네.
그렇게 몇 번 꿈과 현실을 오락가락하는 남자를 보며 남편을 떠올렸다. 하루는 막차를 타고 오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혀를 입천장으로 간신히 부여잡고 택시를 타야 한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숨을 쉴 새도 없이 용건 바로 뒤에 따라오는 취중 사과의 단어들을 가만가만 매만지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쉬지 않고 흐르는 오늘들과 어쩔 수 없는 술자리들. 새벽같이 출근해 막차를 타고 퇴근하던 남편의 고단함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걱정하는 나의 미래에 일 하는 내가 없듯, 남편이 걱정하는 그의 미래에는 잠시라도 쉬는 그가 없다는 사실이 머리를 울렸다. 찰나에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때 옆자리 중년 남성의 전화가 다시 부르르 제 몸을 떨었다. 이제 막 열차가 석수를 보내고 관악에 들어서고 있었다.
응~ 딸.
금방 가지.
아이스크림 사가야지!
자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아이의 목소리가 적막한 병점행 막차 안을 메웠다. 나를 비롯한 몇몇이 입가에 미소를 뗬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까.
그 무엇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2020년 1월 3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