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냄새

by 김진빈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약속한 주말, 우리는 이것 또한 마치 약속이었다는 듯 나란히 늦잠을 잔다. 느지막이 아침 겸 점심을 차려 먹고 나니 어느덧 오후 2시. 모처럼 쉬는 날인데 어디 가까운 카페라도 다녀올까? 먼저 물음을 건네면 남편은 그럴까? 답한다. 아니다 그냥 집에 있을까? 하면 그것도 그대로 좋지, 한다. 오빠의 속마음을 말해줘, 라고 하면 오늘은 집에서 쉴까? 조심스레 되묻는다.



"좋지!!"



그렇게 나는 홈카페로 꾸며 놓은 아일랜드 식탁으로 가 커피 두 잔을 내린다. '얼죽아' 둘이 나란히 소파에 늘어져 TV 속에 시간을 맡기고 쉼을 얻는다. 퀴즈를 맞혀 놓고 한층 들떠 있다가 반대로 틀려서 얼굴을 붉혔다가, 어느 장면에서는 둘이 같이 웃음을 터트린다. 배가 찢어질 듯 웃느라 남편의 팔을 연신 두들겨 대면, 제발 때리지 말라고 눈을 흘긴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접시에 말라 붙은 밥알의 흔적이 '나는 이대로 이곳의 붙박이가 될 거야'라고 신호를 보내온다. 아 이거 담가 놓고 TV 볼걸. 깜빡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가 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가면 남편은 같은 동작으로 총총총 뒤를 따른다.



"일요일 냄새다!"



냄새? 설거지를 하던 나는 순간 내 몸을 킁킁거린다. 뒤를 살짝 돌아보니 남편은 한 손에 청소기를 들고 창문 밖 냄새를 코로 모조리 쓸어 담고 있다. 일요일 냄새라니 어쩐지 알 것도 같은, 동심이 넘쳐나는 단어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일곱 살 꼬마 아이에게 묻듯 일요일 냄새의 모습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다.



"일요일 냄새?"

"응!"

"귀여운 표현이네. 일요일만 나는 냄새가 있어?"

"응. 목요일이랑은 완전 달라!"

"그건 어떤 냄새인데?"

"글쎄. 그런 냄새 있잖아 쉬는 날에 나는 냄새."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밥을 짓는 옆집 아주머니, 운동복 바람으로 과일을 사러 나온 아저씨, 텅 빈 거리의 차가운 공기 따위를 떠올린다.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 냄새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신선한 냄새 같은?"

"아니야, 어떤 편안한 냄새야. 시골 냄새 같기도 하고."

"시골 탄 내...?"

"크크크 뭐라는 거야.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그런 냄새야."



아 형태가 없는 거구나, 나는 속으로 그렇게 결론을 내린다. 청소를 끝내고 남편이 잠깐 소파에서 새우잠을 자는 사이에 나는 내가 아는 일요일의 냄새에 대해 꼽아본다. 침대에서 김밥말이가 돼 맡는 다우니 냄새, 오늘은 자기가 요리사라며 남편이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의 고소한 냄새, 커피를 내리며 남편이 말했던 좋은 냄새, 창문을 열자 집 안으로 몰려든 차가운 공기의 냄새.


가만 생각해 보니 이 모든 냄새는 그냥 오늘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오늘, 쉬는 일요일의 냄새.





2020년 1월 5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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