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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빈 Feb 11. 2020

바르셀로나는
정말 소매치기가 많을까?

 TMI아내의 스페인 & 포르투갈 신혼여행 일기 #3 #치안 #소매치기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우리는 초긴장 이방인 모드에 돌입했다. 


여행 전부터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엄마는 하루 걸러 하루마다 밴드나 카카오스토리에 공유된 스페인 소매치기 영상 링크를 공유했고, 얼마 전 진짜로 스페인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친구는 그 후일담을 생생하게 털어놓았다. 마음은 이미 설마 하는 생각과 그래도, 라는 걱정이 서로 입장을 두고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괜찮다고 주문을 외웠지만 하루는 문득 걱정이 앞서 카메라를 몸에 연결할 수 있는 고리나 스트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스마트폰 목걸이와 여행 복대를 구입했다. L군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고 말하며 다니는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자물쇠를 챙겨오는 이중성을 보였다. 


쫄보 1과 쫄보 2는 에어로 버스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에 내린 뒤부터 본격적으로 백팩에 자물쇠를 채우고 캐리어를 몸에 밀착시켰다. 입으로는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말하면서 누군가 다가오면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눈을 흘기기부터 했다. 누가 봐도 전장에 나온 전사 둘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카탈루냐 광장에서 걷기 시작해 람브라스 거리 중앙에 위치한 호텔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도 우리 곁에 오지 않았다. 물론 람브라스 거리를 걷는 동안 사람들을 기웃거리고 자기들끼리 수신호처럼 휘파람을 불어대는 몇몇을 먼발치에서 마주했지만 말이다.


호텔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만반의 준비를 하고 람브라스 거리를 걸었다. 각자의 카메라에 넥 스트랩을 단단히 채워 목에 걸었다. 목에서 뜯어가지는 않을까 카메라 몸체를 오른손으로 붙들었다. 나는 지퍼 형식으로 된 작은 크로스 백을 겉옷 속에 멨고 L군은 백팩을 자물쇠로 봉했다. 우리는 호텔에서 라 보케리아 시장까지 걷는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람브라스 거리를 이방인처럼 주시했다. 사람만 없으면 신나서 사진을 찍다가도 누군가 근처에 지나가기라도 하면 소스라치게 놀라기를 반복했다. 이날 서로를 찍은 사진과 같이 찍은 사진이 유난히 없는 데는 우리의 쫄보 본성이 한 몫했다.


돌이켜보면 처음은 늘 같았다. 무작정 호주행 비행기에 올라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을 때도 그랬다. 나이를 무기 삼아 그래도 괜찮겠지, 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정작 호주에 도착한 날에는 이방인처럼 시드니 시티 주위를 빙빙 돌았다. 어쩐지 어둡고 음산해 보이는 도시, 악의 무리들이 한바탕 인종차별을 쏟아내고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낯선 도시에서의 처음은 늘 긴장과 설렘 그 중간 어디의 감정에서 오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따랐다. 다만 이 도시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곳의 풍경을 즐기다 보면 공포는 어느새 우리 곁을 떠나고 안정을 찾을 게 뻔했다. 우리는 지난 9년을 함께 하며 그 과정이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자 그동안 여행을 즐겨왔던 방법이라는 사실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틀림 없이 그럴 거라는 생각으로 낯섦이 어서 익숙해지길 기다리기로 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정말 소매치기가 많을까?에 대한 답은 하단에 있습니다.


람브라스 거리 중심에 있던 호텔을 나서며. 아직까지 초긴장 이방인 모드였던 우리는 사람이 없는 곳에선 신나게 사진을 찍어대다 사람만 나타나면 경계태세를 갖추기 바빴다.
쫄보 2. 그 이름 L군. 그는 저 백팩을 자물쇠로 단단히 채우고 람브라스 거리를 활보했다.
우리만 소매치기에 민감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이 낯선 도시를 즐기고 있는데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나서 걷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도착한 라 보케리아 시장!
라 보케리아 시장은 다양한 식료품 가게가 모여 있고 가장자리에 식당이 즐비하다. 시장 내 식료품 가게는 일찍 문을 닫지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조금 늦은 시각까지 문을 연다
과일 주스를 사러 온 우리는 입구에 놓인 타파스를 보고 홀린 듯 식당에 들어갈 뻔했다. 곧 저녁 시간이다. 정신 차리자.
라 보케리아 시장 입구에 있는 과일 주스 가게보다 안쪽에 있는 가게 가격이 훨씬 싸다. 안쪽 가게는 한 가지 종류 과일 주스 기준 1유로다.
하몽을 직접 썰고 있는 모습. 낯설지만 어렴풋이 상상했던 유럽의 모습에 우리도 모르는 새에 긴장이 풀려가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여행은 늘 이러한 루트대로 흐른다. 똑같이 흐르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익숙하지 않음에서 오는 긴장으로 인해 어느 순간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물론 그 긴장과 공포는 우리가 어렴풋이 상상하던 여행지의 모습에 의해, 혹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즐거움들로 인해 조금씩 사라져 간다.
그리고 그 긴장과 공포가 완전히 사라지고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취해갈 무렵, 어김 없이 우리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라 보케리아 시장을 나와 다시 람브라스 거리를 걸으며 이 도시를 아쉬움으로 기억하지 않도록, 조금 빨리 긴장을 풀고 이 도시와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 찍는 부부의 우당탕탕

스페인 & 포르투갈 8박 10일 신혼여행


✓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정말 소매치기가 많을까?


: 결론부터 말하자면 YES다. 다만 얼마나 조심하는지에 따라 소매치기의 영향권 안에 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세비야, 마드리드 세 도시를 갔고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넘어가기 전에 포르투갈 리스본을 여행했다. 총 4개 도시를 갔지만 마드리드에서 여권을 훔쳐가기 직전에 상황을 알아차리고 겨우 모면한 적을 빼고는 소매치기의 영향권 밖에 있었다. 


우리는 마드리드 사건의 이유를 안심이라고 생각했다. 스페인 여행 첫 도시였던 바르셀로나에서는 낯섦이 주는 공포로 인해 바짝 긴장해 있었다. 내내 가방의 안전 상태와 위치를 신경 쓰고 스마트폰을 꺼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주변을 살폈다. 식당에서도 완전히 안심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면 대부분 가방을 앞으로 멘 상태에서 카메라를 무릎에 두고 있었다. 세비야로 이동하면서 살짝 긴장이 풀렸던 우리는 청정지역 포르투갈 리스본을 여행하며 완전히 무방비 상태로 거리를 쏘다녔다. 


결국 마지막 도시였던 마드리드에서 풍경에 취해 사진을 찍는 사이 히잡을 쓴 여자 두 명이 뒤쪽에서 접근해 L군의 백팩을 열었다. 한 명이 L군의 발을 밟지 않았다면 아마 여권과 한국에서 사용 가능한 카드가 든 카드지갑, 조금 더 시간이 길었다면 그 아래 놓인 카메라와 렌즈를 잃었을 것이다. 우리가 이 사실을 알아채고 뒤를 돌아보자 소매치기 둘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척하며 관광객 연기 모드에 돌입했다. 굴다리 아래로 가는 둘을 따라 갈까도 생각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고 따라가면 더 큰 일을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 떠올라 그대로 갈 길을 갔다. 그제야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모두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 보고 정신 차리라고 초보 소매치기를 보냈나 봐."


L군은 그렇게 웃어넘기며 다시 자물쇠로 백팩을 동여맸다. 나도 다시 한번 크로스백을 고쳐 멨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몇 번 우리 가까이로 접근하는 이가 있었지만 우리는 그때마다 일부러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는 척을 하며 그 사람을 먼저 보냈다. 그만큼 온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세비야에서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안심하지 않고 내 물건의 위치를 주시했다. 스페인은 한국의 치안을 생각하면 확실히 눈 뜨고 코 베이는 곳이다. 다만 한국에서의 습관을 잠시 잊고 조금만 조심한다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우리는 한국에서 사간 스마트폰 줄이나 복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

2019년 11월 4일, 오후 5시 ~ 6시의 기록.

CAMERA : FUJIFILM X-Pro 3

LENS : XF 16mm F2.8 R WR, XF 50mm F2 R WR

FILMSIMULATION : CLASSIC CHROME, CLASSIC N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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