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라도 뒤를 놓칠세라
아등바등 올라가던 가파른 길에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았을 때
나는 그제야
우리가 위로 올라가고 있기는 한 건지 의심이 들었다.
그래도 우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거야,
채찍을 든 감독관 같은
당신들의 독려를
위로랍시고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더는 올라가고 있지 않은 것 같은 확신에도
당신들의 뒤통수마저 아득해지지 않았을 때
나는 문득
우리가 정말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냐고 책망했다.
그래도 우린 뒤쳐지고 있지는 않은 거야,
당신들의 뒤통수가
사실은 나의 무수한 욕망들이 만든
지독한 허상임을 깨달았을 때
나는 아찔한 높이일까 차마 돌아보지 못했던 바닥의 얕음을 보고 절망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쫓던 욕망의 뒤통수와
알맹이 없는 의욕의 튀통수에게서
아등바등 뒷걸음질 치는 중이다.
2020년 3월 12일
Written, Photographed by Jimbee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