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맥주 하면 그냥 카스, 하이트, 오비 정도만 떠오를 정도로 맥주 시장 자체가 단순하고 맥주는 그저 소맥 제조용 술로만 여겨져 왔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언론의 관심과 조명을 받고 다양한 수입맥주를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국내 소형 수제맥주 양조장이 생겨나면서 맥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맥주 시장이 다양화되고 커지는 만큼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도 맥주를 조금 더 알고 마시면 훨씬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맥알못’도 할 수 있는 쉬운 맥주 10배 맛있게 즐기기 팁!
맥주는 무조건 맥주잔에 마셔라
맥주는 오감으로 느끼는 음료다. 눈으로 맥주의 색, 거품, 탄산의 느낌을 보고, 코로 아로마를 느끼며, 입으로 맛을, 손으로 잔의 느낌과 혀로 탄산의 톡 쏘는 느낌을 즐기며, 맥주를 따르는 소리와 탄산이 올라오고 터지는 소리를 느끼며 즐기는 음료이다. 대부분의 맥주들은 전용잔에 마실 때 그 맥주의 미묘한 특징을 훨씬 더 잘 살려 줄 수 있다. 잔을 냉동 보관하지 말고 맥주를 따르기 전에 차가운 수돗물로 헹군 잔에 따르면 가장 적절한 탄산감을 느낄 수 있다. 마시는 맥주의 전용잔을 사용하면 가장 좋지만, 종류별 모든 전용잔을 구비할 수는 없더라도 맥주를 병째 마시지는 말자.
무조건 찬 맥주가 더 맛있다는 생각은 버려라
너무나 오랜 기간 동안 대형 양조장의 밋밋한 라거에 익숙해져서 무조건 차게, 톡 쏘는 맛에 맥주를 마셔왔기에 맥주는 무조건 차야 더 맛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라거 맥주는 기존의 방식대로 냉장 보관 온도로 차게 마시면 좋고 향이 강하고 알코올 도수도 높은 에일 계열의 맥주는 냉장고에서 10~15분 정도 꺼내 놓은 후에 마시면 더욱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풍성한 맥주의 거품을 즐겨라
예전에는 맥주를 잔에 따를 때 거품을 내거나, 맥주집에서 500 ml 잔에 거품이 나오면 한 소리 듣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품 없이 맥주를 따르면 '맥알못' '맥린이' 소리 듣는 시대다. 크림처럼 고운 맥주의 거품은 보기에도 좋을 뿐만 아니라, 입 안에서의 부드러운 느낌, 맥주잔의 맥주 산화를 막아주고, 맥주 속의 탄산이 기화되는 것을 느리게 하여 탄산감을 유지시켜 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자칫 맥주를 잘 못 따라서 과도한 거품이 발생하면 탄산감이 없는 김 빠진 맥주가 될 수 있으니, 맥주를 따를 때 잔을 기울여 맥주를 따르다가 맥주와 잔의 림 부분까지 차오르면 잔을 바르게 새워 거품을 내서 잔의 위를 채우면 좋다.
와인만 궁합이 있는 게 아니다, 비어 푸드 페어링
맥주는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음료이다. 맥주와 음식의 궁합 또한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자기 입맛에 맞는 맥주와 음식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몇 가지 간단한 팁을 생각하고 궁합을 찾는 다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맥주의 알코올은 식욕을 돋우워주고 탄산은 입안을 헹구고 열을 식혀준다. 그래서 고 알코올 고 탄산 맥주는 사실상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맛과 향이 강한 맥주는 자극적인 음식과, 상호 비슷한 성향의 음식과 맥주를 페어링 하면 그 특성을 더욱 잘 느끼게 할 수 있고 역으로 반대 성향의 맥주 음식 궁합을 찾아서 맥주를 살려주거나 음식을 살려 보자.
대체로 필스너 계열의 맥주나 헤페 바이젠 계열의 밀맥주는 웬만한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누군가 테이블에서 요리에 어울리는 맥주 추천을 부탁하면 필스너 스타일이나 헤페 바이젠 스타일의 맥주를 추천하면 무리 없이 잘 어울린다.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 보자. 나도 믹솔로지스트
어떻게 보면 우리의 소맥 문화도 나름 밋밋한 맥주를 자기 입맛에 맞게 개조한 맥주 칵테일이다. 나름의 맥주와 소주 배합 비율도 있고 방법도 다양하다.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섞어서 맥주 칵테일을 만들어도 좋고, 주스나 시럽 등을 이용하거나, 차가운 탄산수나 레모네이드도 아주 좋은 맥주 칵테일 재료이다. IPA 계열의 맥주에 자몽주스나 레몬주스, 그리코 탄산수의 조합도 추천할 만한 손쉬운 맥주 칵테일이다.
때와 장소에 어울리는 맥주가 답이다.
야구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시원한 라거에 치킨이 답이고, 연인과의 고급진 분위기의 데이트에서는 수도원 맥주, 람빅 맥주, 야외 활동이나 자전거를 라이딩을 할 때는 저알콜의 청량한 느낌이 좋은 라들러 맥주, 운전이 걱정이라면 무알콜 맥주는 어떨까?
가장 맛있는 맥주는 좋은 이들과 즐겁게 마시는 맥주
힘들고 슬픈 때는 소주 한 잔 하자고 하고, 즐거울 때는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맥주는 즐거울 때 마시는 술이다. 맥주는 소통의 술이다. 자리를 흥겹고 분위기를 업시켜주는 마법의 음료이다. 좋은 자리에서 좋은 이들과 함께 하는 맥주가 가장 맛있는 맥주다~
요즘은 맥주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시음회도 하고, 모여서 서로 시음 평을 나누고,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맥주에 대한 강의도 많이 생겨 나고 있다. 외부의 맥주 행사에 참여하기가 여의치 않다면 나만의 시음회를 열어보자. 자신만의 시음 노트를 만들고 마시는 맥주에 대한 기본 정보, 느낌을 적어 나만의 맥주 저널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