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맛집 기행이나 맥주 여행을 하는 이들이라면 독일의 대표요리인 학센이나 뉘른베르크 부어스트는 필수 아니겠는가? 어느 지역에서나 부어스트 소시지를 판매하지만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최고는 뉘른베르크라고 생각한다. 뉘른베르크 역시나 어느 곳을 가든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레스토랑, 펍, 노상 카페, 아니면 그냥 광장 바닥 어디서라도 가볍게 즐겁게 맥주를 즐기는 이들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뉘른베르크의 크리스마스마켓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이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이 아닌 한 여름의 마켓은 주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인들과 간단한 기념품들을 파는 상인들이 뉘른베르크 중앙 광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다. Altstadthof 브루펍으로 향하는 길에는 크고 작은 맥주펍들이 즐비했고 어디서도 여유롭게 맥주 한잔 즐기는 독일인들의 한가로운 오후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특히 펍들이 모여 있는 골목에 앉아서 별다른 안주 없이 맥주 한 잔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더욱 정겨워 보였다.
Altstadthof에서 주문한 Nuremberger Bratwursts 와 Rotbier, Schwarzbier는 정말이지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었다. 그릴에 구워 진 소시지를 한 입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 더 큰 사이즈로 주문할 걸~” 이었다. 지금까지 맛보았던 브랏브워스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촉촉함과 쫀득한 육질, 그리고 허브의 아로마가 모든 돼지의 잡내를 날려버린 환상의 조화, 거기에 이 집만의 독특한 사우어크라우트가 입안을 완전히 리셋 해주는 그 느낌! 정말 바로 이 맛이다! 다른 곳에서 맛보았던 브랏브워스트는 다소 퍽퍽하거나 좀 끈기는 식감이 있었던 곳도 있고, 알게 모르게 돼지고기의 냄새가 다소 거슬렸던 곳 들도 있었는데, 이 곳의 소시지는 정말이지 가장 잘 조화롭고 먹는 순간 “아~, 두고두고 생각이 나겠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정작 이 감흥을 거드는 것은 그리 차지도 않은 Rotbier, 구릿빛 바디의 뉘른베르크의 전통 맥주였다. 맥아의 구수함이 그대로 느껴지며, 몰트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달콤함과 적당한 탄산, 부드러운 목넘김과 은은한 홉의 뒷받침, 모든 밸런스가 정말 최고였다. “바로 이거 지” “이 맛에 브루펍의 맥주를 마시는 거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독일을 대표하는 맥주 스타일의 하나인 Schwarzbier 또한 입 안 가득한 몰트의 아로마와 부드러움이 일품이었다. 그 동안 공장에서 강한 탄산압으로 인위적으로 톡 쏘는 맛의 라거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에게는 다소 약한 탄산감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정말이지 너무나 부드러운 느낌의 다크 비어의 캐릭터를 충실하게 살려낸 맥주였다.
정말 맛난 소시지와 맥주만큼이나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바로 사이드로 같이 나온 통밀빵이었다. 겉 보기에는 짙은 갈색의 여느 통밀빵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버터를 바르지 않고 맨 빵 그대로 한 입 배어 물면, 시큼함이 혀에 침을 고이게 하고 통밀과 빵 효모의 구수한 향이 입안에 퍼지는 사우어 홀그레인 브레드였다. 맥주를 양조하는 곳에서 만드는 빵이라 효모와 곡물의 특성을 참 잘 살려낸 빵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살짝 소금 간을 한 볶은 맥아가 기본 안주로 세팅이 되어 있는데, 구수한 맥아를 천천히 씹으며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맥주의 맥아 캐릭터가 배가 되어 더욱 구수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맥주를 즐기는 이들로 빼곡한 이 골목길에서 어떤 맥주를 마신 들 맛이 없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