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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경민 Nov 04. 2019

대동강 맥주 vs 국산 맥주


    북한 대동강 맥주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2002년부터 2010년 까지는 남북 경협의 일환으로 소규모 유통업자들이 대동강맥주를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하여 맥주전문점에서도 대동강맥주를 맛볼 수 있었는데, 다시 수입되어 맛보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대동강 맥주 브루어리는 영국 폐양조장에서 150만 파운드에 양조설비를 인수하여 2002년 4월부터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맥주 제품별로 번호를 부여하여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생산한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는 평양의 브루어리에서 1번부터 7번까지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병, 캔, 케그(생맥주)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8번 헤페바이젠 밀맥주를 생산하여 케그 제품으로 맥주바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평양의 맥주바에서 대동강맥주 1~8번까지 탭으로 즐길수 있다.



    6번과 7번 맥주는 독일 둔켈라거 스타일의 흑맥주이다. 어두운 라거 맥주이다.  라거 발효를 위한 베이스 몰트 외에 검게 로스팅한 맥아를 사용하여 맥주의 색, 향, 맛을 다양하게 만든 맥주이다. 6번은 커피향이 나고, 7번은 초콜릿 향이 난다. 강하게 로스팅한 맥아에서 나오는 향이다. 


    5번 맥주는 쌀 100% 제품으로 사실상 보리 맥아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맥주는 아니다. 4번 맥주는 맥아 30% 쌀 70%, 3번 맥주는 보리 맥아와 쌀이 5대 5의 비율로 만든 라거로 보리맥아 외의 부가곡물이 첨가된 애드정트 라거 스타일의 맥주이다. 2번 맥주는 보리맥아 70%, 쌀 30%의 비율로 만들어진 맥주로 가장 인기 있는 주력 제품이다. 1번은 100 % 보리 맥아로 만든 올몰트 라거 스타일의 맥주이다. 1번과 2번 맥주가 가장 잘 팔리는 맥주라고 한다. 국산 맥주가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이야기가 1,2번 맥주와 비교하여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렇다면 정말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우리나라 맥주 보다 맛있을까? 



    대동강 맥주 양조장은 국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여 품질을 유지한다고 한다. 또한 북한에서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보리와 홉도 직접 유기농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맥주의 원료는 와인의 포도와는 달리 수확 후 바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홉 같은 경우 향에 민감한 재료이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오염없이 잘 가공 보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국산 맥주의 주세법상 보리맥아 10%만 함유되어도 맥주로 분류되다 보니 오랜동안 국내 대형 맥주회사의 독과점 속에서 맥아함량이 낮은 맥주가 주를 이루고 있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나라 소규모 양조장에서 다양한 맥주를 생산하며, 세계 맥주 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다. 또한 대기업 양조장에서도 100% 몰트의 프리미엄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그 맛과 품질이 같은 스타일의 세계 어느 맥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북한 맥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외신이 대동강 맥주에 대한 기사를 많이 다루고 있으며, 외국의 맥주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러면서 조금 더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게 되고 우리나라의 페일 라거 스타일들과 다른 나라의 다른 스타일 맥주와 비교하며 품질을 논한다. 맥주의 품질을 논하려면 같은 스타일끼리 비교해야 하는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다른 스타일의 맥주를 비교하는 것은 모순이다. 


    맥주 자체의 맛과 품질을 떠나서, 제주도에서 흑돼지에 한라산 소주를 마시고 싶은 것 처럼 평양에서 평양냉면에 대동강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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