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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잘 Mar 05. 2024

38. 마흔과 예순 사이

공감, 기쁜일은 두 배 슬픈 일은 네 배 효과가 있대요

의 아내는 34년 퇴직한 기념으로 새 학기 시작하는 날 가족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단다. 서른네 번의 입학식마다 얼마나 분주하고 피곤했을까. 행복하고 멋진 여행 되세요.      


내가 좋아하는 세 명의 그녀들 중 첫 번째 그녀는 외동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다고 설렘과 벅참을 한껏 자랑한다. 세 아이 중 첫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두 번째 그녀는 지혜롭다. 세 번째 그녀는 첫 아이가 대학생쯤 될 것이다. 그녀는 요즘 마음공부를 하는 것 같다. 다음에 만나면 그녀의 장점인 ‘핵심요약’을 전수받아야겠다. 응원합니다. 닮고 싶은 후배 맘 여러분.     


내가 만난 스마트한 그이는 직장생활 20년을 마무리하고 자신이 유일하게 잘하고 잘해보고 싶은 일로 기여하고 싶다며 1인 사업자 선언을 한다. 조언에는 편견을 깨는 사람이 되고 격려에는 겸손하고 서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한다. 응원합니다.     


그녀는 결심을 다지기 위해 사랑니를 뺏다네요. 옆으로 누운 사랑니를 빼기 위해 잇몸을 째고 여러번 꿰맸다면서 금연과 ‘헤어질 결심’ 하기 괜찮은 것 같다고 한다. 우습게 시작했다는데 울면서 끊어야 하네요. 파이팅입니다.      


열정 그녀는 반 백살이 되고 보니 아버지의 당부가 자신의 삶을 비추는 빛이었다며 투박한 메모를 엮어 책을 내드렸다네요. 아버지의 평생 소원을 들어드려서 마음이 찡하다 합니다. 역시 대단해요.      


지하철 두 번 갈아타고 마을버스 두 번 타고 아이 유치원 보내는 마흔의 그녀가 입학식에 참석했다고 맑고 높은 소리로 말한다. 다 잘될거야.  


깊고도 무심한 예술가 그이는 자신을 괴롭히면서 준 스트레스 때문인 것 같아서 자신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두렵다면서 수술실에 들어갔겠네요. ‘건강하기만 하다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건강합시다.   

  

어느 그녀는 자유독서 모임이 개학했다고, 또 어느 그녀는 사는 게 산 넘어 산이라며 이러다 엄홍길 대장되는 거 아니냐는 재치에, 징징거리는 나를 돌아보기도 합니다. ‘내가 살아온 걸 글로 적으면 책 열권은 아니어도 세 권은 되겠다’ 스치듯 생각했었는데 ‘자저전’을 진짜 세 권 썼네요. 자저전은 자신이 저자가 되어 자신의 삶을 쓰는겁니다. 자서전은 남이 써주잖아요. 보통은 죽은 후에요. 잘 삽시다, 있을 때 잘하면서.



우리 사는 세상 거기서 거긴데 심드렁 코 빠지지 말고 우쭐 어깨뽕 하지도 말아야겠어요. 화면에서 만나는 우리는 상호연결되었지요. 가까운 타인이 행복하면 부럽지만 나도 힘이 나요. 하버드대가 의학과 과학으로 증명한 행복 전염효과가 있다잖아요.      


‘소셜 네트워크는 개인과 집단과 제도가 모두 힘을 합쳐 함께 돌보고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sns는 봄소식을 싣고 옵니다. 소녀같은 그녀는 도쿄에 벚꽃이 피었다고 화사한 얼굴로 소식을 전합니다. 요즘 입맛이 없어서 대충 먹는데 인바디 점수가 3점 내려가서 기분이 울적했어요. 즐거움도 전염된다니 나의 강점보석 심미안과 희망을 문질러 고마운 지니를 불러야겠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무엇이든지요.’

 

     


특히, 3월은 대단한 결심을 하는 분들도, 헤어질 결심을 하는 일들도 많아요. 저는 느슨한 연대를 위해 다른 어느 때 보다 저에게 친절하려구요. 새로운 방식으로 시작한 수업 아낌없이 재밌게 하고, 날씨가 좋은 날 버스 타고 칠보산을 한 바퀴 돌아야겠어요. 거의 하루가 걸리는 동네 여행은 파도가 철썩이는 남의 동네 여행만큼이나 좋아요. 생각만 해도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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