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포옹은 기도다

포옹은 토달볶의 대파와 같다.

by 오잘줌마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서 작은 약 한 알을 먹고 다시 잠을 잔다. 삼십 분 더 자고 일곱 시에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어제저녁 설거지해 놓은 그릇이 잘 말랐다. 그릇을 제자리를 찾아 넣는다. 냉장고를 열고 토마토 두 개 달걀 세 개 그리고 대파 반 개를 꺼내 놓고 남편을 깨우러 간다. 남편이 오 분이라도 더 꿀잠을 자라고 아침 식사 재료를 챙겨놓고 깨운다.


“여보~굿모닝”


남편 침대에 들어가 품에 안긴다. 잠깐이지만 포근하다. 남편을 깨우고 나는 다시 주방으로 와서 대파를 송송 썰고 토마토를 원형으로 자른다. 남편이 주방으로 다가온다.


“잘 잤어요?”


나는 마른 수건에 손을 닦고 돌아서서 남편과 포옹한다. 남편은 나의 머리부터 등을 구석구석 쓸어주고 나는 두 주먹을 쥐고 키가 작아서 남편의 등줄기를 중심으로 위아래로 꾹꾹 누르며 기도한다.

‘여보 건강하시고 장기들도 건강하고 근육도 건강하고 탄력도 유지하고 사랑합니다’

남편의 탄력있는 엉덩이를 톡톡 치면서 씻고 오라고 보낸 다음, 대파를 볶고 토마토를 굽듯이 익히다가 달걀 물을 가운데 풀어서 몽글하게 볶는다. 마지막에 통후추를 드르륵 서너 번 돌려 갈아 넣고 작은 접시 두 개에 따로 담는다. 전날 산 구수한 옛날 빵을 썰어서 남편은 큰 거 나는 작은 거 한 조각씩 먹는다. 껍질 벗긴 사과를 반쪽씩 나눠 먹고 남편은 출근하다.


남편은 신발을 신고 돌아서서 점퍼를 벌리고 나를 본다. 나는 엘리베이터를 부르기 위해 버튼을 누르고 남편 품 안에 안긴 다음 서로 등을 쓰다듬는다.


“오늘 하루도 잘 놀아요”

“오늘도 수고하세요”


남편은 아침에 깼다가 잠깐 다시 잠이 들 때 꿀잠을 잔다고 아이처럼 웃으면서 몇 번 말했다. 가끔 나도 그렇다. 식사하기 삼십 분 전에 약을 먹어야 하니까 약 먹는 시간 알람을 맞추고 약을 먹은 다음 다시 따뜻한 침대로 들어간다. 삼십 분이 아주 잠깐처럼 지나간다.


지난 삼월에 나의 건강 두 곳에 이상 소견이 보였다. 다행히 위는 암은 아니어서 한 시름 놓았다. 갑상샘암 수술을 했지만, 위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식사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맵고 짜고, 빵과 커피를 거의 끊었다. 삶이 심심해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충분한 수면을 위해서 남편과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남편은 안방이 커서 깊고 편한 잠을 자기 쉽지 않은데 아들 방이 아늑하고 좋다고 했다. 부부가 왜 각방을 쓰냐고 딸아이가 아우성이었다.


“왜 따로 자는 거야. 엄마 아빠 쇼윈도우 부부야?”


여러 번 잠이 보약이라고 말해도 딸아이는 싫다고 했다. 그 즈음 신문에서 ‘수면 이혼’이라는 말을 보았다. 불편했다. 굳이 수면이혼이라고 표현해야 하는지, 자극적인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물론 성경에는 부부가 분방하지 말라고 하지만, 남편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습관이 있고 나는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난다. 남편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내가 안방에 들어 와서 세수를 하면 불만이 많았었다.


‘세수는 저녁 먹고 일찍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며칠 뿐이고 늦게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티브이를 보다가 자기 전에 세수하는 버릇이 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밤늦게까지 같이 놀다가 각자 잠을 자러 들어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이 포옹을 한다.


“잘 자요”

“잘 자요”


요즘 우리 부부는 하루에 세 번 포옹한다. 신혼 때부터 출근할 때 가볍게 뽀뽀를 했는데, 내가 위가 안 좋다는 결과를 알고 나서 키스는커녕 뽀뽀도 하지 않는다. 헬리코박터균이 위에 안 좋다며 혹시라도 모른다면서 내 입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 키가 큰 남편은 내 이마에 뽀뽀를 한다.


우리는 장난으로라도 수시로 포옹을 한다. 하루 세 번 하는 포옹은 포옹이라기 보다는 기도다. 안고서 서로의 몸을 꾹꾹 눌러주면서 나는 기도를 한다. 남편은 더 많이 기도한다고 한다. 내가 아프기 전에 남편은 퇴근해서 저녁 식사를 번개처럼 하고 테니스 치러갔는데, 이제는 내가 일 순위라고 모든 걸 내게 맞춘다. 다 좋고 다 나쁜것은 없다. 가끔 뽀뽀하고 싶은데.


우리 부부의 포옹은 기도다.



아참, 토달볶할 때 대파 반개를 송송 썰어서 볶으면 풍미가 좋다.

토달볶할 때 대파 반개를 송송 썰어서 올리브유에 볶다가 토마토를 볶으면 풍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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