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괜찮아 충분해!
남편이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결혼 15주년 때 결혼반지를 녹여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광교산에 갔다가 철봉을 하면서 거꾸로 매달릴 때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반지가 빠졌었나 보다. 철봉을 할 땐 반지가 불편해서 빼서 주머니에 넣는데 그날따라 바지 지퍼가 없는 것을 입었다(그 바지는 경제성을 생각해서 마음에 딱 들지않는데도 구입했다. 마음에 들지않는 건 문제?가 생길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수터까지 내려와서야 알게 되었다. 둘이 깜짝 놀라서 철봉 쪽으로 달려갔다.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윗몸일으키기 했던 곳과 평행봉 등 운동기구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낙엽을 발로 뒤적이면서 30분 이상 찾았지만 없었다. 그 일이 있고 한참 후에 대화하다가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두 번 말하지 않더라”
잘못했다고 아깝다고 왜 흘렸냐고, 주머니에 지퍼가 없는데 왜 나한테 맡기지 않았냐고, 말해 본들 반지가 나타나진 않을 것이다. 나도 속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렇다. 내가 잔소리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아이들이 공부 잘한다면 나는 엄청 노력할 것이다. 비상금 털어서 개인 레슨을 받아서라도 잔소리 비법을 배울 것이다. 그런데, 잔소리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아는 순간 나는 잔소리하지 않는다.
나의 야물딱스러운 외모와 말투가 잔소리나 말대꾸를 꽤 할 거 같은가보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댁식구들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둘째 시누님이 내 남편에게 물었다.
“석호 엄마 잔소리 꽤나 하지?”
“아니에요. 잔소리 없어요. 잔소리를 너무 안해서 탈이라니까요”
나는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나 자신을 볶아대지도 않는다. 쉽게? 포기한다. 신혼 때 비상금 털어서 미래 전망 직종이라는 피아노 조율을 배울 때 강원장은 내가 말대꾸를 또박또박 할 거 같다고 했다. 그런데 몇 달 개인레슨 받는 동안 보니 착하다고 말했다. 30년 전에 병아리 감별사와 피아노 조율사는 미래 전망 직종이었다. 나는 영화 미나리를 볼 때 병아리 감별하는 장면이 남다르게 보였다.
피아노 단음 조율을 익히고 나서 화음 조율을 하다가 포기 했다. 나의 작은 손이 도와 도 사이 건반을 누르기에는 너무나도 짧았다. 따뜻한 식촛물에 손을 담그고 손가락을 찢어보라고 해서 해봤지만 손바닥이 먼저 건반을 눌렀다. 나는 포기할 때마다 속으로 말한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을거야’
‘저 포도는 신 포도일거야’
언젠간 남편에게 물었다.
“여보 내가 잘하는 말은 무슨 말이야.”
남편이 말했다.
“음 당신은 ‘잘했어’ 그 말을 많이 하지”
그래서 내가 ‘오늘도 잘했어’ 오잘줌마가 되었나. 어느 날 우리 큰언니가 말했다. 잘못한 것도 잘했다고 하면 버릇 나빠진다고. 나는 잘못했을 땐 ‘괜찮아’ 라고 하지 잘못한 걸 잘했다고 하지는 않는다. 나는 누군가 잘했을 때나, 우리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거나 어떤 걸 해내려고 노력했을 때 ‘잘했어’ 라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들이나 남편이 실수를 하고 걱정을 할 땐 ‘괜찮아, 나중에 생각해보자’ 라고 말한다.
특히 내가 일하러 갔을 때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겨서 전화가 오면 그때는 반드시 ‘응 걱정하지마. 집에 가서 다시 얘기해 보자’ 라고 말했다. ‘너 집에 가서 혼날 줄 알아’ 이런 말은 해본 적이 없다. 집에 가서 가만둘 거면서 겁을 주는 모습을 내 지인을 통해 몇 번 봤다. 어린 아이는 엄마가 집에 올 때까지 얼마나 걱정하고 주눅들어있을까.
나는 ‘잘했어’ 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잘못하고 안타까울 땐 ‘괜찮아’ 라는 말을 한다. 이제부터 그 말을 나에게도 더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배정미 괜찮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