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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Jul 11. 2023

상대적으로 행복하려고 사는 건 아니니까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와 점심을 같이 먹었다. 산후 조리원에서 함께 첫째 아이의 신생아 시절을 보낸 동지(친구라는 말로는 부족하다)들로 다들 일주일 전후의 간격을 두고 첫째 아이를 낳았고 공교롭게 올해 모두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다. 낯선 인생의 챕터를 함께 겪은 터라 알고 지낸 시간이나 얼굴을 마주한 시간에 전혀 기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있는 끈끈한 무엇으로 엮여 잘 지내고 있다. 


이제는 모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상황이라 얼굴을 마주 보고 여유롭게 밥 먹고 차마신 건 알고 지낸 후로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나는 이상하게 일정이 맞지 않아 나머지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또는 남편까지 데리고 만나는 몇 번의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그래서 거의 처음으로 메신저로 나누던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 아이들의 특별한 이슈에서 벗어나 얼굴을 마주하고 조금 더 개인적이고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친구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철없는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며 같이 걱정했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보통 기혼의 친구들과 나누는 남편 뒷담화와 수준이 달랐다. 부부 문제를 가진 일반인들의 관찰 교양 에피소드를 한 편 듣는 것 같았다. 그것도 여러모로 남편 측이 나의 분노를 일으키는 구제불능의 에피소드. 사람이 참 간사한 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친구를 위로하다가도 한편으로 아, 우리 남편도 내 마음을 힘들게 하지만 저 정도는 아니잖아. 하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는 나 자신이 유치해 보이는 비루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요 며칠 나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그러나 상대적으로 양호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모르는 나의 부른 배를 떠올렸다. 


그리고 잠시 위로랄까 약간 마음이 가벼워졌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너무 비루하지만 이게 나야... 흑흑...) 그 마음이 조금 담긴 채로 친구를 위로한 나. 하... 정말 비루한 나. 그러다 문득 어부지리로 그래도 괜찮은 남편이라는 영광을 얻은 남편이 얄미워지면서 정신을 차렸다. 내가 상대적인 행복을 위해 이 삶을 선택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살면서 쌓은 데이터로 내 행복의 기준될 멋진 도자기 사진 레퍼런스를 벽 한쪽을 다 차지할만한 크기의 사진으로 걸어뒀다. 그 사진 앞에 앉아서 꼭 그 모양과 빛깔로 빚어보겠다고 조물조물 나름 열심히 해보고 있는데 당최 모양도 빛깔도 자꾸 원하는 모양과 다르다. 어느 날에는 어떤 각도에서 또는 한쪽 눈을 감고 보면 그래도 그럴 듯 한 모양이라며 나를 위로하다가 어느 날에는 너무 확연히 다른 모습에 실망하며 한숨을 쉬고 또 어느 날에는 그래 레퍼런스는 레퍼런스일 뿐 이라며 다독여보기도 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란 내게 있을 수 없나 보다. 


다른 건 그래 뭐 그럴 수 있다 쳐도 앞으로는 절대 다른 사람의 것을 보며 내 것을 올려치지도 내려치지도 말아야겠다. 기준은 오직 하나. 내 벽에 붙은 도자기 사진뿐이다. 다른 사람의 것을 기준으로 얻은 기쁨도 반성의 에너지도 모두 내 세계의 것이 아니니. 아무튼 그래서 상대적으로 잠시 행복했던 마음을 반납하고 진정한 내 마음의 이너 피스와 행복을 위해 전부터 즐겨찾기 해 둔 가보고 싶었던 빵집을 찾아 먹고 싶은 걸 잔뜩 담았다. 씹을수록 시큼하면서 고소한 맛이 나는 바게트를 씹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조금 행복할지라도 얕게 행복할지라도 나대로 행복하자.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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