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행복
이제 막 27개월이 된 첫째. 말이 확 늘어서 하루종일 뭐라고 쫑알쫑알거리긴 하는데 내가 이해하는 건 절반도 안될 듯. 자기도 답답 나도 답답. 정말 너무나도 아이의 말을 이해하고 싶은데 속상하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같잖기도 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게 분명히 보여서 정말 신기하다.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노래를 자꾸 읊으며 집에서도 들려달라고 하는데, 그 플레이 리스트를 겨우 알아낸 게 서너 곡뿐. 어쩌다 말을 알아듣고 유튜브에서 자기가 원하는 노래를 찾아주면 율동을 하고 아는 가사를 따라 하며 흥이 마구마구 솟구친다.
요즘은 삐약삐약 병아리 음메음메 송아지-로 시작하는 동요를 가장 좋아한다. 아이 때문에 노래를 찾아보다가 이 동요의 제목이 ‘작은 동물원’이라는 걸 30여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도 유치원 때 이 노래를 가장 좋아했는데, 이상한 구석에서 벅찬 기분이다.
그런가 하면 핀이 아파, 놀 수 없어-로 시작하는 동요도 좋아하는데, 어떤 상황에서건 내가 첫 소절을 읊으면 그다음 구절을 노래로 답해준다. 그렇게 서너 소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 괜히 행복해진다.
언제부터 우리가 노래를 나눠 불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또 언젠가는 이 놀이가 멈추겠지. 그리고 나 혼자 이 행복을 기억하겠지. 그래서 더 찡하고 귀하고 소중한 우리의 노래. 지금은 만끽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