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먹고 통통한 배를 만지며 cd플레이어로 다가가는 첫째. 여러 cd 중 딱 그 순간 마음에 드는 걸 골라 틀어두고는 몸을 흔들며 드럼과 건반악기가 합쳐진 악기 장난감으로 다가간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다양한 노래를 재생해 주는 주크박스 겸 그가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악기에 다가가 ‘국내 동요’ 버튼을 누른다. 그렇게 그의 춤 잔치가 시작된다. 두 개의 다른 동요가 흐르는 이 혼란한 댄스 플로워에서 시작되는 그의 흐름.
문득 ‘춤’이 뭘까, 검색해 봤다. 어떤 사전은 ‘춤은 혼(정신)과 몸(신체)을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의 한 종류이다.’라고 또 다른 사전은 ’ 장단에 맞추거나 흥에 겨워 팔다리와 몸을 율동적으로 움직여 뛰노는 동작.‘ 이랬다. 과연 첫째에게 춤은 뭘까.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혼과 몸에서 나오는 저 움직임이 웃기고 신기하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아이를 생각하면 신기한 마음은 더해진다. 이런 아이의 일과에 ‘왜?’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내가 정말 멋없는 어른이 다 되었구나 싶다. 이성적인 질문이 어울리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아이만의 여가시간을 앞에 두고 가장 바보 같은 질문이라니.
그러다 문득 어떤 과거가 떠오른다. 너무 오래 잊고 있었지만 사실은 나였던 어떤 시간. 춤추는 걸 좋아했고 큰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고 좋아하는 걸 남들 앞에서 하는 게 더 신나는 내가 있었다.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어린아이는 보통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는다. 주변 어른들의 상냥한 웃음과 박수, 자주 깔리는 멍석, 오냐오냐 속에서 자랐던 나는 사춘기, 주변 친구들에게 너무 튄다는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변해버렸다. 아주 철저하게 참고 눌러 변한 시간이 너무 길다. 춤추고 노래하고 나서는 걸 좋아하는 나의 아이를 보며 쟤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야? 누굴 닮아서 저래?라는 질문을 던져버릴 만큼. 그래놓고 한참을 곰곰하게 생각한 끝에 나의 원래 모습을 떠올릴 만큼.
그렇게 나의 잊혀진 원형을 만났다. 그래, 나 저랬지. 음악뿐인 허공에 팔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눈을 감고 날아가는 나를 상상하며 온 공간을 휘젓고 다녔지. 그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더라, 어떤 마음이었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나랑 똑같이 생긴 얼굴을 하고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너를 보며 행복한 나의 원형을 지키지 못했다는 조금의 후회를 떠올릴 뿐. 상처받지 않고 다른 이들과 조화하며 나의 원형을 잘 가꿔나가는 어른이 되는 너를 지키도록 잘 돕겠다는 다짐 같은 걸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