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al Apple Pie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영국 3대의 동물원 살리기 프로젝트

by Katherine

또 한 편의 멋진 영화를 보았다.

영화 속 배우들

영화는, 2008년 출간된 벤자민 미의 에세이를 바탕으로 영화화되었다. 벤자민은 칼럼니스트로,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알아보던 벤자민은 3만 6천 평의 정원과 방이 12개나 있는 대저택을 발견하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집의 정원에 250여 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것에 아는 것이 전혀 없었음에도, 누군가 나타나지 않으면 곧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위해 그와 그의 가족들은 끝을 내다볼 수 없는 긴 여정을 용감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동물원을 개장하는 과정에서 그의 아내 캐서린이 암에 걸려 그의 곁을 떠나고 마는데, 아내의 일과 동물원 일 모두 인생에서 '처음' 겪는 일이었음에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냐는 인터뷰 질문에 그는, '상처를 치유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라고 답했다.


나이가 많고 병들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호랑이 '스파'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벤자민 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벤자민은 아버지와 아내를 잃은 슬픔과 엄마의 빈자리로 인해 방황하는 첫째 아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으로 인해 그들만큼이나 당황스럽고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의 아들은 학교에서 한 학기에 세 번이나 정학 처분을 받아 퇴학당했으며 무엇보다 꽉 닫힌 마음으로 인해 대화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는 희망을 꼭 붙든 사람이었지만 떠날 이들은 떠나게 되어있듯이,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 또한 어쩔 수 없이 밀려들어오는 파도와 같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안락사시키자고 권유한 호랑이 '스파'에게서 가장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이자, 그의 아들이 그리는 그로테스크하고 잔인한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는 진정한 팬이었고,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슬픈 순간들 중 하드코어에 속하는 단계에서도 딸의 기쁨을 위해 마음이 시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첫 만남부터 공작새들을 잘 돌봐주었던 둘째 딸 로지 미

실제로, 벤자민의 가족들이 아직도 운영하고 있는 '다트무어 동물원'은 그들이 추구했던 선한 목적과, 아이들의 교육, 그리고 동네 사람들의 동심과 꿈을 다시금 펼칠 수 있는 모범적인 동물원, 아름다운 장소로 인정받으며 BBC 방송을 통해 4주간에 걸쳐 다큐멘터리 '벤의 동물원'으로 방영되기도 했다.


영화를 제작한 카메론 크로우 감독은, '제리 맥과이어'롤 통해 삶의 진실된 단면을 아름답게 풀어나갔던 감독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가장 힘든 순간 딱 20초만 용기를 낸다면, 삶은 놀랍게 변화될 것' 이란 주인공 벤자민 미의 신념을 영화 내내 잔잔히 풀어낸다.

카메론 크로우 감독

벤자민, 그가 그의 아내를 처음 봤을 때 그녀에게 말을 걸기 위해 용기를 내었던 순간, 동물원을 사기로 결정해야 했던 순간, 그의 아이들이 속을 썩일 때마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붙잡고 슬픔으로부터 이성을 지켜야 했던 순간. 그 밖에도 우리의 시간을 가득 채운 평범하면서도 에너지를 많이 소진시키는 모든 선택과 결정의 순간들 말이다.

28살, 동물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켈리

영화에서 벤자민과 그의 형은 갈팡질팡하면서도 그들의 전재산을 쏟아부어 다트무어 동물원을 재개장하는 데 성공한다. 그들은 위험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고 돌보아 주면서 본인들이 더 큰 위로와 사랑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들의 선한 의지에 동역하기 위해 모여진 동물원 관리 팀원들 모두가 너무너무 소중하다고 말이다.

첫째 아들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한 벤자민 미

딱히 단조로운 일상을 깨려 노력하지 않아도 말이다, 인생에는 힘든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 피하고 싶은 순간, 외면하고 싶은 순간, 사라져 버리고 싶은 순간, 책임지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들 말이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완벽하게 회복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상황과 문제에 짓눌리지 말고 영화의 실제 주인공 벤자민 미의 가족들처럼 그 모든 역경의 고비고비들을 잘 견뎌내고 이겨나가길 바란다.


소중한 가족들을 잊지 말고 돌아보며, 내 옆의 사람들이 곧 나와 같이 연약한 사람들이니 그들을 향해 사랑과 선행을 베풀며 그들을 통해 내 영혼을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지겨운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렇기에. 내가 참 부족하고 쉽게 넘어지고, 흔들리는 사람이기에 너무나 쉬워서 간과하기 쉬운 이 인생의 지혜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실제 벤자민 미 가족의 모습
동물원을 운영하는 팀원들의 모습

그리고 우리 모두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마음을 돌아볼 수 있기를. 가장 보이기 싫은 나의 모습까지도 내 보일 수 있는 친구들, 가족들이 있는지. 그렇게 나의 영혼이 쉼을 얻으며 편안히 거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지 살펴볼 수 있길, 나아가 소중하고 감사한 그들에게 나 또한 신뢰할 만한 존재로 미래의 순간들을 선택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어떠한 순간에도 희망을 꾸어 올 수 있는, 편안하고 오픈된 사람들이 되기를.

그렇게 속 깊-은 곳의 중심추가 점점 중앙에 멈추어 묵직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깊이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은 따스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watch?v=Fopeq7wx4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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