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라는 성의없는 답변에 숨겨진 속내는.
나는 본질적으로 사랑이 많고, 외로움이 많고, 쉽게 휩쓸린다. 게다가 남 눈치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이런 나를 인정하게 된 계기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가 끝났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 와의 관계에서 나는 사랑을 믿게 되었고 유통기한이 다 되어가는 사랑이 저물어가는 순간들을 목격했다. 그 속에 나는 ‘나’이기 보다 그의 ‘여자친구’로서 살아왔다. 많은 것을 얻었으나 중요한 것을 잃었다. 그게 내 20대 청춘의 감상이었다.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하고 싶어서 다른 길로 가고 싶은게 아니다. 나는 그렇게 어떻게 보면 사랑 앞에서 아주 나약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 어려운 것이다. 사랑받고 싶으나 그렇다고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되기는 싫어진 게 더 정확하겠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나를 감춘다거나, 누구와 닮아지지 않으면 불안하고 크게 잘못된 것 같다거나 그에 따른 외로움으로 나를 탓해버린다던지. 그래서 내 생각을 저버리고 가짜로 산다던지. 그런 나를 두 번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한 길을 택했다. 방어적이라 비난하면 어떤가, 내가 완성할 수 있는 삶의 목적에서 이성적 사랑을 배제하는게 맞다는 판단이었다.
이 것이 내 속내에서 비롯한 이유이며, 단편적인 이유들 중에서도 주요한 하나에 속한다.
ps. 물어본 당신! 이 구질구질한 이유들을 진지하게 담아낼 준비가 되었는가? 질문의 무게는 늘 받는 이에게 온다는 걸 자각하고 내뱉어라. 그 무게에 따라 나는 대답할 뿐이었고, 대부분의 무게는 그냥 '귀찮아서' 정도에 단박에 정리될 수 있을 정도로 무심한 마음에서 나온 물음일테니까. 근데 사실 이렇게 물어보는 유형치고 제대로 된 답변을 듣고싶어하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오로지 '나'라는 사람에 있어 귀결되는 결론이자 이유일 뿐이지 모두 다 각자의 이유가 있고, 그에 따라 출력되는 행동의 값이 모두 다른데, 구태여 그걸 왜 이해하고 싶어 하나? 왜 궁금해 하나? 듣고 싶은 이유가 있나? (대체로 백이면 백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다.) 아유 그냥 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너무 화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