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끔씩 찾아오는 커리어 전환기에서
마흔, 직장이 아닌 '역할'을 선택하며
최근 향후 5년의 시간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에 섰다.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는 곳, 탄탄한 기반을 갖췄지만 새로운 도약이 필요한 곳, 그리고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트너십. 마흔이라는 물리적 나이 직무 정체성을 두고, 어떤 환경에서 나의 역량이 가장 빛날 수 있을지 꽤나 치열하게 고민했다.
기다림은 거절이 아니라 숙고의 시간이다
채용 과정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건 기다림이다. 약속된 기한을 넘겨 연락이 없을 때, 구직자는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내가 부족한가, 다른 내정자가 있는가.
하지만 감정을 걷어내고 경영진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그 침묵은 거절의 신호가 아니었다. 기존 조직의 구조와 형평성, 그리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를 치열하게 계산하는 숙고의 과정이었다.
기다림을 나에 대한 평가절하가 아닌, 서로를 위한 신중함으로 받아들였을 때 비로소 조급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혹시 지금 연락을 기다리며 불안해하는 분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당신이라는 사람을 그 조직에 가장 잘 담아내기 위해 그들도 고민하고 있는 중일 거라고.
화려한 로켓보다 내가 엔진이 될 수 있는 곳
이미 시장에서 잘 나가고 있는 로켓에 탑승하는 건 분명 매력적이다. 그 타이틀이 주는 안락함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조금 다른 기준을 세웠다.
내가 탑승객이 되어 편안하게 갈 것인가, 아니면 엔진을 정비하고 출력을 높이는 기술자가 될 것인가.
잘 달리는 차에 속도를 조금 더하는 것보다, 튼튼한 차체는 있지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곳에서 내 손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도전이라 판단했다. 나는 완성된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보다는, 붓을 들고 여백을 채우는 화가가 되기를 택했다.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
우리는 종종 회사가 나를 뽑아주기를 바라는 을의 입장에 서곤 한다. 하지만 커리어의 주도권은 결국 나에게 있어야 한다. 조건이 가장 좋은 회사를 고르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내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나의 역량으로 그 조직의 상황을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무대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직장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직업적 효능감일 것이다.
AI가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직무의 경계와 비즈니스의 경계를 허무는 이 시점에서, 가장 큰 안정은 편안한 환경보다 어디서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신의 역량에서 나온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