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울에 올라오다.

[행복을 찾아서]

by Changers

PSWC 1기의 엑셀러레이팅 기간은 3개월이었다.


공부든 일이든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내기는 어렵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대표가 3개월 동안 낸 성과는 미미했다.



PSWC 1기가 끝나고,


동기 사업가들, 선배 멘토 사업가분들과 뒤풀이를 했다.


선배 멘토 대표님 중 한 분과 내 고민에 대해서 얘기했다.



“지난번에 내가 말한 거 고민 잘하고 있어?”


“아직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안 보입니다.”


“너 정말 절실하지 않나 보구나.


정말 절실히 성공하고 싶으면 서울로 와야 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봐.”


“네…”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라는 의미로 말씀하셨겠지만,


서울에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와 같은 상황에 있는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똑같이 말했을 것 같다.


서울로 올라오라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도,


집에서도 온통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어떻게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엄청 심플하다.


1. 내가 창업하고 싶은 분야의 회사나 벤처회사를 찾아서 취업한다.


2. 그 회사 근처에 저렴한 원룸을 구한다.


3. 시간과 생활비를 최대한 아껴서 내 성장을 위한 교육에 투자한다.


4. 내가 배울 수 있는 점이 없을 때나 더 배울 점이 많은 회사를 찾을 때까지 일한다.


5. 1 ~ 4번을 반복하며 내 실력을 성장시킨다.



이런 프로세스로 반복하면 되는데,


그때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에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어찌할지 모르니 두렵고 망설여졌다.



고민만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도대체 미래가 보이지 않던 나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의 전담 멘토님이셨던 구대표님이었다.


“OO 씨, 잘 지내시죠?


저 내일 부산 벡스코에 일이 있어서 내려가는데요.


혹시 시간 되면 저 일 하나 도와주실 수 있어요?”


“네,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라고 말씀드리는 순간,


난 직감했다.


“기회가 왔구나!”



구대표님이 운영하던 회사는 IT 벤처회사였고,


여행, 패션 등 다양한 산업에서 IT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만들고 계셨다.


내가 생각한 1번에 부합한 회사였다.


2번이 큰 문제였지만, 일단 1번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부산에 내려오신 대표님을 잘 도와드렸고,


대표님께서 많이 만족하신 눈치였다.


일이 끝나고 저녁을 먹으려고 해운대로 이동했다.


식사를 하고 바람을 쐬러 해운대 바닷가로 갔다.


남자 둘이서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서인지 대표님께서 예의상 먼저 물어보셨다.


“요즘 사업은 잘 되어가요?”


“아뇨. 생각보다 디자이너와 개발자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네요.”


“아무래도 지방은 서울보다 조금 더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시다 보면 해내실 겁니다.”



내가 생각한 타이밍이 왔다.


지금이었다.


“대표님, 저 사업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은데요.


일단 IT 회사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배우면서 성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대표님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까요?”



너무 뜬금없는 타이밍이었기에 대표님의 얼굴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생각하신 후 말씀하셨다.


“음… 지금 당장 뭐라고 답변드릴 수는 없는데요.


조금 생각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다음 주에 부산 한 번 더 내려오니까 그때 만나서 얘기를 해보시죠.”


“넵, 좋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함께 일하자는 확답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좋았다.


뭔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다.


“여보세요. 저 안녕하세요.


저 이산입니다.”


“네? 누구시라고요?”


“작년 연말 YES 리더스 시상식에서 뵈었던 이산입니다.”



대한민국 최초 한국 우주인 최종 2인 중 한 명인 분이셨다.


그분께서는 그 당시 스타트업을 창업하셨고, 올해의 예스리더를 수상하셨다.


근데 그분께서 왜 연락을 주셨는지 의아했다.



“어떤 일 때문에 연락을 주셨을까요?”


“아 그때 시상식에서 사회 보시던 지미 님이 인상 깊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혹시 지금 서울이신가요?”


“아뇨, 저 부산에 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혹시 서울 오실 일은 없으신가요?”



또 다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앞선 대표님의 확답을 받지 못한 내게는 다른 기회라도 잡아야 했다.



“저 주말에 서울 갈 일이 있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저 시간 됩니다.


저희 사무실에서 뵈면 좋을 것 같은데요.


낙원상가 쪽에서 뵈어도 될까요?”


“넵. 알겠습니다.


그럼 토요일 17시에 사무실로 찾아뵈겠습니다.”



특별히 약속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야 했기에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만났다.


우리는 2시간가량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삶의 철학부터 살아온 이야기 등등.


대표님은 자신과 회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오늘 시간 내서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이렇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며칠만 고민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시 부산으로 내려오는 길에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첫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후


서울 생활이 많이 달라질 거라 생각했기에 고민이 컸다.



내게 서울 올라오라고 하신 선배 멘토 사업가분께 자문을 구했다.


그분은 두 분 중 한 분은 아주 잘 알고 계셨고,


나머지 한 분은 건너서 들었지만 대략 파악을 하고 계셨다.


그분의 조언을 참고하여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두 분 다 너무 좋은 분이셨고,


좋은 회사를 운영하고 계셨지만,


내가 앞으로 사업을 하며 배우기에는


구대표님 회사가 조금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단, 구대표님께서 함께 일하자고 하신다는 가정하에서.



며칠 뒤 다시 구대표님을 만났다.


“지미 님, 생각을 해봤습니다.


같이 한번 일해 봅시다.”


“앗! 정말요? 감사합니다.


언제부터 출근하면 될까요?”


“지미 님께서 가능하신 날부터 하시죠.


근데 서울에 집은 있어요?”


“아뇨. 집을 구해야 합니다.”


“음… 지미 님 급여와 거주할 곳에 대한 얘기를 해보시죠.”



그렇게 급여와 거주할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회사 기숙사로 사용하려는 집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단, 기숙사 내부 청소 및 기본 품목들 구매, 정리가 필요해서,


2주 동안은 친구 집에서 묵기로 했다.



급여는 내가 IT업계 경력이 거의 없었고,


계약직이었기에 최저임금 수준으로 책정했다.


그때 나는 급여의 많고 적음보다는


서울에서 생활할 수 있는가,


내가 배울 수 있는 환경인가가 가장 중요했다.



2012년 6월 18일.


나는 어머니께 빌린 가족 신용카드 한 장과 캐리어 하나를 들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토록 바라던 나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설렘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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