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어린 시절 친가 쪽 사촌들과는 함께 어울리기가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비슷한 또래 형, 누나들은
서울에 살았기 때문에 얼굴 한번 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끔씩 할아버지댁이나 우리 집에 며칠씩 놀다가 가면,
저는 왜 이렇게 좋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좋아서 헤어질 때마다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형, 누나들이 오면 항상 자신의 피아노 실력을 뽐냈습니다.
어린 마음에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특히 그 당시 유행했던 맥가이버, 에어울프등의 주제곡을 칠 때면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습니다.
그때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생각한 때가 말입니다.
국민학교 4학년 때쯤 어머니를 졸라서 음악학원을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부산 여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셨던 큰 고모에게
일주일 용돈을 레슨비로 몇 달 배웠습니다.
제가 직접 큰고모께 협상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전 그때부터 당돌하고 협상을 꽤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게 매주 우리 집으로 큰고모가 오셔서 피아노를 배웠는데,
어느 날 나는 피아노의 흥미를 잃어버렸습니다.
손가락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안되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었습니다.
될 때까지 연습을 했다면 안되지 않았을 텐데,
어릴 때 저는 지금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하긴 12살이 인내심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그렇게 항상 피아노에 대한 갈망만 있었습니다.
나도 언젠가 피아노를 배워서 연주하며 노래하고 싶다는.
그냥 공원 같은 곳에 가다가 한 곡 연주하고 싶다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었던 제가 2023년이 되며 큰 결심을 했습니다.
피아노를 다시 배우자고 말입니다.
어릴 때처럼 바이엘, 체르니 말고 내가 치고 싶은 곡으로 배우자고 말입니다.
첫 곡은 학교 가는 길이었습니다.
100일 가까이 연습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올라왔지만,
그 당시 제 수준으로는 제가 원하는 수준으로 연주가 힘들다는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다른 곡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곡은 Smile Smile Smile입니다.
학교 가는 길보다 손가락 기교보다는
리듬을 잘 타며 연주해야 하는 곡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지만
제가 너무 하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선생님이 제가 이만큼 단기간에 잘 칠 줄은 몰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피아노에 대한 자신감과 재미를 동시에 가지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곡은 소풍 가는 날이었습니다.
이곡은 학교 가는 길과 Smile Smile Smile의 중간 곡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애를 먹고 있는 곡이지만,
꾸준하게 연습한 효과를 보여주는 곡이라 내 자신감을 더 올려줬습니다.
그렇게 피아노를 연습하던 어느 날,
선생님의 권유로 석촌호수 굴다리 밑에 있는 피아노를 쳐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내 실력에 쳐도 되나 싶었다가 일단 시도해보자 싶어서 쳤더니,
어쿠스틱 피아노의 재미를 느껴서 러닝이 끝나면 한곡씩 연주하곤 합니다.
며칠 전,
제 연주를 들은 분들이 잘한다고 엄지 척으로 해주시며 칭찬해 주셨습니다.
제 연주가 좋아봐야 얼마나 좋았겠나 싶지만
칭찬은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피아노 연습을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