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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Aug 01. 2024

첫 해외 워크샵 장소는 상하이.

[젤리의 제국]

그가 입사 전에 내게 요구했던 것이 있다.


“너 우리 회사에 들어오려면 담배 끊어야 한다.


담배 냄새도 싫지만, 담배 피우러 가서 사담을 나누는 게 싫어.”


“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꼭 끊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회사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가 담배를 싫어하는 이유를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 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미성년자도 아니고 30살이 훌쩍 지난 나이에 그런 거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나는 배우고 싶었기에 스스로와 타협하며 입사를 했다.



입사한 뒤로 회사에서 단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담배를 들고 간 적도 없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살짝 서글프지만,


매일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퇴근하고 집에 가서 피우는 담배 3개비가 내게 주는 선물이었다.


그것마저도 없으면 삶의 낙이 없을 것 같았다.



그때 그 담배가 얼마나 내게 선물 같았고 달콤했던지,


775일이나 비흡연자로 살아온 내가 그때를 떠올리니 입에 침이 고였다.


내 뇌와 몸이 이렇게 반응할 정도로 그것은 내게 소중한 것이었다.



회사에서 일절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에 절대 걸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전에 캐리어에 넣어둔 라이터를 생각하지 못했다.


탑승 수속대에서 경보기가 울리면서 안내방송으로 나를 찾았다.



“캐리어에서 라이터가 나왔는데 이거 폐기처분해도 될까요?”


“네, 폐기처분해 주세요.”



탑승 수속대 직원과 대화를 나눈 후 다시 일행 쪽으로 갔다.


“뭐 때문에 불렀냐?”


“아, 저 캐리어에서 라이터가 나왔는데 폐기처분해도 되냐고 그러더라고요.”


“야! 내가 너 담배 끊으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끊었냐?


너 정말 이따위로 살 거야?”



“아… 니… 그게 아니고 예전에 캐리어에 라이터를 넣어놨는데,


그걸 깜빡하고 안 뺐더라고요.”


“확실하냐?”


“네, 이제 (집 빼고는) 담배 안 피웁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다행히 그는 더 이상 그 일을 문제 삼지 않았다.



공항 검색대를 지나서 면세점들이 있는 곳에 진입했다.


“야, 다들 가족들 선물이나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사!


대신 30분 뒤에 우리 탑승하는 게이트로 모여라.


이번에는 시간이 촉박하니까 5분 전에만 도착하면 된다.”


“네,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X 9



그냥 25분 뒤에 모이라고 하면 될 것을 왜 그렇게 표현하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습관을 들이게 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다들 면세점에서 살 물건들을 사고 게이트에서 모였다.


그리고 비행기를 탔다.


이번 해외 워크샵은 상하이와 싱가포르로 가는 9박 10일 일정이었다.


상하이에서 3박 4일, 싱가포르에서 5박 6일 일정이었다.



다들 정말 열심히 맛집과 가볼 곳들을 정리했다.


그것도 3주 전부터 말이다.


여권, 항공권, 숙소, 준비물, 맛집, 즐길거리, 가볼거리 등을 정말 빼곡히 정리했다.


살면서 그렇게까지 여행 계획을 세워본 적이 없었다.


구글 지도를 보며 최적의 동선을 정리해서 시간대별로 정리를 했다.



대부분이 처음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었기에 엄청 기대를 했다.



드디어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어떤 일정을 보낼지 한껏 기대하며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기대 이상이었다.


상하이 시내 한복판에 있었던 호텔이었고, 꽤 높은 층이었다.


뷰가 정말 예뻤다.



“캐리어를 방에 두고 바로 내려와라.


근처에서 가볍게 점심 먹고 다시 숙소 와서 쉬다가 오후에 나갈 거다.”


“네, 알겠습니다.” X 9



다들 정말 캐리어만 두고 1층으로 바로 내려왔다.


그리고 우리가 정리해 놨던 리스트들을 보면서 어디를 갈지 논의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가 외쳤다.



“어? 저기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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