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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Jul 25. 2024

험난했던 공항 가는 길.

[젤리의 제국]

“죄송합니다. 제가 늦잠을 자서 지금 나갑니다.


5:48 열차는 못 탈 것 같고 바로 공항으로 가겠습니다.”


“야, 이 녀석아. 너는 왜 그러냐?


팀장이라는 녀석이 다른 팀원들의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 망정 뭐 하는 거야.”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에효, 너는 정말 답이 없다. 일단 알겠다. 늦지 않게 와라.”


“택시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시간은 공항철도 도착하는 것과 많이 차이 나지는 않습니다.


기사님께서 빠르게 가주신다고 했으니 최대한 공항철도 도착시간과 맞춰보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그가 옆에 없었지만 옆에 있는 것 같았다.


분명히 회사 내부 메신저였는데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때 인천 공항행 열차가 들어왔다.


그와 몇몇 팀원들이 그 열차에 타고 있었다.


우리는 그에게 인사를 하며 열차에 탔다.


그가 나를 불렀다.


“야! 너네들은 정말 왜 그러냐?


어떻게 매번 한 명씩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냐?


그냥 기분 좋게 여행을 가면 안 되는 거냐?”


“죄송합니다. 늦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그 녀석 이따가 공항에 오면 얘기 좀 잘해라.”



그때 iOS 개발팀장이 얘기했다.


“제가 형 오면 잘 얘기할 테니 기분 푸세요.”


“아오, 정말 돌아가면서 다들 왜 그러냐!


일단 가자.”


즐겁게 떠날 줄 알았던 나의 첫 해외 워크숍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열차 속 공기는 아주 무거웠고, 우리는 조용히 인천 공항까지 갔다.



다행히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이 우리보다 더 먼저 와 있었다.


만약 그가 우리보다 늦게 도착했다면…


상상도 하기 싫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휴…



iOS 개발팀장이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을 데리고 저기 구석으로 간다.


혹시 몰라서 나도 따라갔다.


“형!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형 때문에 몇 명이나 피해를 보는 거예요?


형은 잘하다가도 꼭 중요한 상황에서 이런 실수를 하시는데,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살지 마시고 다른 사람도 생각을 좀 해주세요.”



누구나 살면서 실수를 할 수 있다.


공항에 아주 늦게 도착한 것도 아닌데,


대표에게 혼나고 팀장에게 이런 모욕적인 말을 들을 문제인가 싶었다.


잘하라고 지적이나 피드백을 받을 수는 있는데,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살지 말라는 말까지 들을 사안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그를 이렇게도 기세 등등 하게 만들었을까?


iOS 개발팀장은 어떻게 같은 직위의 팀장을 그렇게 대할 수 있게 되었을까?



너무 궁금했었다.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티켓 발권을 하기 위해 이동했다.


이동을 할 때도 순서가 있었다.


그와 디자인팀장이 제일 앞서 가고,


그 뒤로 여성 PM과 디자이너, iOS 개발팀, 안드로이드 개발팀.


마지막에 너와 부사장이 걸어갔다.


11년 전 훈련소에서 이동할 때가 생각났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젤리의 제국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다.



티켓 발권을 하고 캐리어를 맡기고 게이트로 이동하려는 찰나,


갑자기 티켓 발권하는 곳에 있던 직원을 나를 불렀다.



“저기요! 여기 위험 물건이 있는데 확인 좀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어떤 위험 물건이 있나요?”


“캐리어에서 라이터가 나왔어요.”



아뿔싸!


예전에 넣어뒀던 라이터가 있는 걸 깜빡했다.



“야! 내가 너 담배 끊으라고 했는데, 아직도 안 끊었냐?


너 정말 이따위로 살 거야?”



“아…아… 아니..ㅂ…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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