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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gers Jul 18. 2024

여행 갈 때 짐은 나처럼 챙겨라.

[젤리의 제국]

친구끼리 만날 때 보면 항상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더 미리 도착해서 오는 친구를 맞이하는 친구.


그런 친구가 나였다.


나는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해서 기다렸다.


보통 10분에서 30분 정도 미리 도착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젤리의 제국에서는 달랐다.


나를 제외한 모든 팀원들은 30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심지어 1시간 일찍 도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문화는 그랬다.


나는 항상 지각생이었고, 느린 사람이었다.



“어떻게 너는 매번 이렇게 남들보다 늦냐.”



이 회사를 입사하기 전에 들어보지 못했고,


퇴사한 후에도 들어보지 못한 말이었지만,


이 회사 입사 초반에 많이 들은 말이었다.



오기가 생겼다.


나는 백화점 사건 이후로 최소 30분 이상 일찍 움직였다.


그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나는 더 열심히 노력을 했다.




입사하고 2주 정도밖에 안 지났지만 나는 해외여행 가방을 싸게 되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정해져 있던 상하이와 싱가포르 워크숍을 가기 위해서였다.


“원래 입사 한 달 차에는 해외 워크숍에 동행하지 않지만,


너는 특별히 내가 동행하게 해 주마.


내가 이렇게 배려해 주는 만큼 그에 보답할 수 있게 빠르게 성장해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뭘 감사해야 할지 몰랐지만,


입사한 지 한 달도 안 된 직원을 몇백만 원씩 투자해서 해외로 데려가준다고 하니,


어촌 촌놈을 해외 여행 시켜준다는 사실로 감사하다 싶었다.



“내일 아침 9시 비행기를 타야 하니까, 오늘은 9시에는 마무리하고 들어가렴.


이따가 짐 쌀 때 메시지하마.”


“네, 조심히 들어가시고 이따 말씀 나눠요.” X 9



다른 회사에서 저녁 9시 퇴근은 야근이지만 이곳에서는 조기 퇴근이었다.


9시가 되었지만 다들 퇴근하지 않았다.


9시 20분쯤 되어서 그에게 메시지가 온 다음에야 다들 퇴근했다.


“이 녀석들아, 내가 9시에 퇴근해라고 했잖아.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서 짐 싸라.”


“네, 할 일들이 조금 더 있어서요. 이제 들어갑니다.” X 9



밤 11시.


“다들 집에 들어갔지?


나는 이렇게 짐을 쌌다.


내 거 참고해서 다들 짐 싸고, 다 싼 사람들은 인증숏 올리렴.”



‘응?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유치원생도 아니고, 각자 여행가방 싼 것을 올리라고?


그리고 참고하라고 자신의 여행 가방 사진을 공유한다고?’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 너무 신기했지만,


하라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뿐 아니라 모두가 힘들어질 테니 따르기로 했다.



그의 꼼꼼한 성격 덕분에 우리는 9박 10일의 모든 여행 일정을 다 짰고,


일정 및 준비물, 모든 정보들은 에버노트에 정리해서 공유되었다.


에버노트에 적힌 준비물 목록과 그의 인증 사진을 보며,


나는 여행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저 가방 다 쌌습니다.”


“저도 다 정리해서 사진 공유드립니다.”


초등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내준 문제를 다 풀었다며,


손들고 선생님을 부르는 아이들 같았다.


나는 남자다 보니 짐 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제일 나중이 아니었다.



“자, 다들 가방 잘 싼 것 같으니 어서 자라.


그리고 내일 어디서 공항철도를 타고 올건지 정리된 표대로 움직여라.


늦지 않도록 조심해라.


특히 지난번에 늦은 녀석들은 이번에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마라.”


“네,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X 9



20년 넘게 시간을 거슬러 어린이가 되어 보호자에게 케어받는 느낌이었다.


“아 그리고 다들 야식 먹지 마라.


내일 아침에 배탈 나는 녀석 있으면 각오해라.”


“다들 편안한 밤 되시고 내일 뵈어요!”



다음날,


집 근처에 사는 iOS 개발팀장을 만나서 함께 홍대역으로 이동했다.


우리는 그가 정해준 5:48 공항철도를 타야 했기에 택시로 이동했다.


개발팀장과 나는 새벽 5시에 만나서 이동했다.


다행히 우리는 5:20에 도착해서 여유롭였다.



홍대역에서는 iOS 개발팀장외 디자이너와 안드로이드 개발팀장도 만나기로 했다.


우리 4명은 홍대역에서 타고, 다른 6명은 공덕에서 타고 오기로 했다.


5:45이 되었지만, 안드로이드 개발팀장이 아직 오지 않았다.



그때 회사 메신저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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