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네? “
”너는 도대체 뭘 바꾼다는 거고, 무슨 성장을 하겠다는 거냐.
고작 채팅 하나 하면서도 오탈자가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
너는 그동안 얼마나 대충 살아온 거냐. “
”아…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신경 써서 하겠습니다. “
”너 정말 정신 차리고 긴장해라.
우리 회사 모든 구성원은 사소한 것 하나도
높은 기준을 가지고 실수를 스스로 용납하면 안 된다.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업무 외 상황에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의 말에 묘하게 설득당한 나,
아니 전 직원 모두가 채팅 하나 할 때도 차분하게 한번 더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다.
며칠 후,
그가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저녁음 엉등포에서 양갈비 먹고, 카페 가서 달무티 할 거니까 다등 준비해.”
‘응? 음, 엉, 등?’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었다.
며칠 전 오탈자를 가지고 대충 살지 않았냐며,
우리 회사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실수를 스스로 용납해서는 안된다던 그였다.
그런 그가 오탈자를 내다니…
자신은 가능하고 다른 구성원들은 안된다는 것인가.
‘도대체 그에게 일관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근데 더 놀라운 사실은
‘금요일 저녁에 퇴근이 아니라 영등포에 양갈비집에 가서 양갈비를 먹고,
근처 카페에서 보드게임 달무티를 한다고?
근데 다들 거기에 동의를 하고 움직인다고?’
부사장부터 개발팀장, 병특 직원까지 비슷한 대답을 한다.
“오~~ 거기 양갈비 너무 맛있어서 최근에 생각났는데,
오랜만에 가서 맛있게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새로 오신 분과 함께 카페에서 달무티를 하면 너무 재밌겠어요.”
나까지 포함하여 9명의 직원 중 8명이 그에 응하고 있었기에
나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그곳은 젤리의 제국이기에 가능했다.
남들이 Yes라고 말해도 No라고 우길 수 있는 사람이 나였는데,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나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여기서 잠깐,
왜 영등포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사무실이 있는 구로디지털 단지역에서 가까운 번화가가 영등포이고,
두 번째, 더 중요한 이유는 그의 집이 영등포 근처 신길이었기 때문이다.
“PM 3명이 각각 3대 택시를 불러소 개발팀과 디자인팀 애들 태워서 와.
15분 내로 업무 마무리하고 출발하렴.”
“네, 알겠습니다.” X 9명의 대답.
다들 10분 만에 급히 업무를 마무리하고 가방을 쌌다.
부사장, 나를 포함한 PM 3명은 카카오택시를 통해서 콜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개발팀 4명과 디자인팀 2명을 3:3:3으로 나눠서 택시를 타고 영등포로 출발했다.
양갈비집은 그의 단골집이었다.
그가 양갈비를 먹는 이유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이하게 양갈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가게 앞에 있던 그와 함께 우리 10명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부사장이 미리 예약을 했기에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10명이 편하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을 때는 그가 지정을 해줬다.
2개 테이블은 붙어있고,
1개 테이블은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그는 3개 테이블의 정중앙에 앉았고,
왼쪽 옆에는 디자인 팀장을 앉았다.
오른쪽에는 iOS 개발팀장이 앉았고,
그의 맞은편에는 부사장과 나 외 다른 PM이 앉았다.
그 외 6명도 그가 지정해 주는 곳에 앉아야 했다.
왜 그렇게까지 자리를 지정해 줬나 생각해 보면,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을 원했던 것 같다.
음식은 그가 정해준 양만큼만 먹었다.
“혹시 1인분 더 먹어도 되나요?”
“야! 너는 식탐도 있냐? 그냥 적당히 먹어!”
그 뒤로 나는 음식을 더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양갈비는 맛있었다.
1인분만 먹는 게 너무 아쉬웠지만,
3명에 1개씩 시켜준 양탕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자, 다 먹었으면 카페로 가자.
부사장! 너 법카 들고 왔지?
그걸로 너가 계산해라.”
“네.”
“맛있는 양갈비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X 8명.
엉겁결에 나도 따라 말했다.
영등포에 있는 탐앤탐스로 갔다.
이전에도 경험이 있었서 그런지,
1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보러 병특 개발자 2명이 선발대로 먼저 갔다.
잠시 후,
사내 메신저로 메시지가 왔다.
“2층에 10명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다 같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그가 말했다.
“네가 애들 음료 주문받아서 다녀오렴,
각각 음료 주문받고 허니 버터 브래드 3개 사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10명의 주문을 메모하며 받았고,
카운터에 가서 주문을 했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진동벨이 울려서 가지러 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그는 나에게 큰 소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