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그에게는 한 살 어린 남동생이 한 명 있었다.
그는 프랑스에 본사가 있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헤어숍의 헤어 디자이너였다.
그것도 압구정에 있는 지점이었다.
그의 여자친구는 내 대학교 후배였다.
그녀와 나는 학교 창업 캠프에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업에 관심이 있었고, 그에게 조언을 받으면 좋을 것 같아서 소개해줬다.
소개팅이 아니었지만, 서로에게 호감이 생긴 둘은 연인이 되었다.
그 둘은 회사에 근무하지 않았다.
동생은 헤어 디자이너이기에 샵에서 근무를 했고,
여자친구는 대학원에서 학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있었다.
직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4대 보험도 나가고 있었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매월 150만 원씩 급여 명목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 수 있지?’
처음엔 정말 의아했으나,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 제도를 이용한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회사는 투자를 받아서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가 아니었다.
매월 매출의 30%가량 순이익을 내는 회사였다.
회사 지분의 95% 이상을 그가 가지고 있었기에
투자자나 주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젤리의 제국이라는 말이 잘 어울린다.
어느 날 그가 우리 모두를 모아 놓고 말했다.
“다음 달부터 너네들 미용실 비용도 회사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너네가 열심히 해주는 만큼 회사도 많은 부분을 지원해주려고 한다.
2명씩 짝지어서 일정 잡고 다녀와라.”
‘응? 2명씩 짝지어서 어디를 다녀오라는 거지?’
설마 압구정에 있는 동생이 근무하는 샵?’
맞았다.
거기 샵에 100만 원씩 충전을 해두고,
직원들이 거기서 컷을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여자 직원들은 분기에 한 번씩 파마나 염색을 하게 해 주었다.
단, 직원들이 원할 때가 아니다.
그가 봤을 때 남자 직원의 머리가 지저분하거나
여자 직원의 머리에 변화가 필요할 때 그가 말했다.
“너네 담주에 미용실 다녀와라.”
직원들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었기에 좋았다.
단지 회사 비용으로 동생의 실적을 올려주려는 의도가 보이는 게 조금 불편할 뿐이었다.
첫 번째로 나와 다른 직원 한 명이 다녀왔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헤어숍이라서 그런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서비스가 많았다.
파라핀 세러피, 족욕, 두피 마사지 등등.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했다.
머리가 끝나면 항상 함께 간 직원과 셀카를 찍어서 회사 메신저에 공유했다.
아, 그냥 올리면 큰 일 나기 때문에 머리가 이쁘다는 말과 감사 인사를 해야 했다.
“저희 2명 머리 이쁘게 잘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좋은 스타일을 제안해 주셔서 도전해 봤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요.
태어나서 새로운 서비스도 받아보고 너무 신세계네요.
이렇게 좋은 복지를 누리게 해 주신 대표님과 회사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점심 먹고 바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렇게 공유하고 직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해본 적 없는 스타일이라 조금 어색하다.
담부턴 내가 원하는 스타일대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해 봐야겠다.
그래도 너는 이쁘게 잘 된 것 같아.”
“아 그래요? 이쁘게 잘 되었나요?”
“너는 원래 헤어 스타일 신경 잘 안 쓰잖아.
근데 너한테 어울리게 잘 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얼른 먹고 복귀하자. 우리 할 거 많잖아.”
“네, 맞아요. 그렇게 해요.”
서둘러 밥을 먹고 사무실로 이동했다.
오후 2시쯤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그도 출근해 있었다.
“저희 다녀왔습니다.”
“어, 그래. 잘 다녀왔니?”
“네, 덕분에 이쁘게 머리 잘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X 2
각자의 자리로 가려는 우리들에게 그가 말했다.
“야 인마, 근데 너네들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