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리의 제국]
각자의 자리로 가려는 우리들에게 그가 말했다.
“얌마, 근데 너네들 뭐냐?”
“네? 혹시 저희가 뭐라도 잘못했나요?”
“내가 여러 번 말했지.
어디 나갔다가 오면 팀원들 생각해서 간식거리 사 오라고.
도대체 너네들한테 언제까지 그런 것을 알려줘야 하냐?
너네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진짜 지들밖에 모르고 팀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네.
언제쯤 정신 차리고 바뀔래.
이렇게 하면 정말 구제불능이고 성공할 수 없어.
너네가 가진 나쁜 습관들 버리고, 좋은 것들을 배우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냐”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생각이 짧았네요.
앞으로는 그러지 않고 잘 챙기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가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고,
옳지 않다고 말하면 옳지 않은 것이니까.
그가 잘못했다고 하면 나는 잘못한 것이다.
내 성격에 그걸 어떻게 버텼는가 싶지만,
사람이 세뇌당하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된 계기였다.
그는 항상 그런 식으로 자신이 위에 있다는 인식을 주려고 했다.
크게 잘못한 상황이 아님에도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상황을 만들고,
자신은 그것을 다 보듬어주고 챙겨 준다고 말했다.
아주 큰 책임감으로 부족한 우리를 거둬주고 성장시켜 주고 월급을 주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처음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
이렇게 사람을 까내리면서 자신을 높이려고 하는구나.
그냥 영혼 없이 앵무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점점 내가 가끔씩 그가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고 소름 끼쳤다.
TV를 보다가 정말 말도 안 된다며,
요즘 세상에 누가 저렇게 당하는가라고 생각했던 상황이 점점 내게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나를 불렀다.
“너 요즘 일 할만하냐?”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 좀 잘하자. 그래도 처음보단 나아졌으니까 조금 더 노력해라.
너를 데려온 내가 애들한테 체면이 설려면 니가 잘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부사장 보니까 어떻냐?”
“일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센스도 좋으시고 이것저것 다재다능하게 잘하시더라고요.”
“걔도 처음부터 잘했던 것은 아니다.
내가 다 키워줘서 그런 거다.
그러니 너도 내가 해라는대로 따라 하면 그렇게 된다.”
“네, 열심히 잘 따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부사장이 똑똑하긴 하다.
내 밑에 오기 전에는 어디 가서 천재 소리 듣던 애였다.
근데 초천재인 내 밑에 와서 배우면서 한번 더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는 거고.”
‘응? 초천재는 또 뭐지?’
드래곤볼에서 나올 법한 사이어인 위에 초 사이어인 이런 거 같았다.
너무 웃겼지만 웃을 수 없었다.
그랬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가 갑자기 한마디를 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게 하나 생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