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제가 눈도 못 뜰 만큼 힘든 기억입니다.
어린 시절 제가 살던 동네에는
제 또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매일 골목에서 친구들을 만나서 놀았습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따먹기, 고무 치기 등 할 것은 너무 많았습니다.
친할아버지께서는 능력이 좋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태어날 때 100평가량의 마당이 있는 2층 주택에 살았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집이 경매로 넘어가기 전인 19살 12월까지 말입니다.
골목의 또래 친구들은 골목 도로에서 놀기도 하고,
우리 집 마당에서 놀기도 하며 많이 어울렸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들의 집이 잘 살고 못 살고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저뿐 아니라 그 당시 우리 동네 친구들은 다 그랬습니다.
그냥 함께 어울려 노는 게 좋았을 뿐입니다.
5살 때쯤으로 기억합니다.
우리 동네에 제가 좋아하던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얼굴은 전혀 기억이 안 나고,
대략 어디쯤 살았는지만 기억납니다.
이름이 혜선인가 그랬던 거 같은데,
어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제가 그때 그 여자아이랑 결혼할 거라고 했다고 합니다.
어린 녀석이 발랑 까져가지고 말이죠. ^^
암튼 그 친구를 포함해서 다른 친구들과 우리 집 마당에서 놀았습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삐졌는지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게 모래를 집어던졌습니다.
그 모래가 제 눈에 들어갔고,
눈이 안 떠지고 너무 아팠던 저는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보통 그 나이 때 아이들이 다 그렇듯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그 뒤에 수습된 것은 어렴풋이 만 기억납니다.
어머니가 저를 데리고 혜선이 집으로 가셨는데,
혜선이는 자신의 어머니께 혼나고 있었습니다.
혜선이 어머니와 혜선이가 제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저희 어머니는 혜선이에게 앞으로 누구한테도 모래를 던지면 안 된다고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뭐 남녀 사이가 다 그렇듯, 크게 싸우고 나서 헤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귀지도 않았는데 뭘 헤어지나 싶기도 하네요.
제 인생의 첫 기억은 이성에게 모래 맞아서 쓰라린 기억입니다.
인생의 처음부터가 고난이었구나 싶은데,
그래도 끝은 창대하게 만들면 되니까 괜찮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