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사진을 안 찍어줬니.

[젤리의 제국]

by Changers

그는 투덜이 스머프처럼 혼자 투덜거리면서 우리에게 왔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말한 거 들어주는 게 그렇게 어렵나.”


“무슨 일 있으세요?”


iOS 개발팀장이 용기 내어 그에게 물어봤다.


“아니, 여자친구한테 뭐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해주잖아.


디자인팀장은 내가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데, 왜 안 해주는 건지 모르겠다.”



‘그건 당연히 여자친구니까 안 해주는 거고, 디자인팀장님은 대표가 해달라고 하니 해주는 거지요.’


라고 생각만 하고 차마 말로 꺼내지 못했다.


나는 그가 왜 투덜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가 왜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누구에게든 대우나 대접받기를 원했다.


만약 자신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을 대우해 주거나 대접해주지 않으면 기분 나빠했다.


아니, 화를 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 것처럼 그의 여자친구도 그렇게 해주길 원했다.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 지금 너무 기분 나쁘니까 아무도 건들지 마.


라고 얼굴에 써 붙인 그는 여자친구는 신경 쓰지 않고, 디자인팀장과 함께 이동했다.


우리는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안절부절못했지만, 다행히 디자이너가 그녀를 케어했다.



호텔에서 나온 우리는 센트럴 파크에 갔다.


공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그 와중에도 그와 그의 여자친구는 표정이 좋지 않았고,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처음엔 그들의 눈치를 봤지만, 우리는 우리의 일을 해야 했기에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셔터를 눌렀다.


한참을 촬영하고,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박물관에서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표정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왜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는지는 잠시 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여기저기를 찍고, 서로를 찍어준 우리는 조금씩 배가 고파졌다.


보통의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갈 무렵인 13시에 그가 말했다.


“자, 다들 사진 그만 찍고 밥 먹으러 가자.”


네, 알겠습니다.” X 9



그날 숙소는 로컬 레스토랑이었다.


가성비가 좋고, 이것저것 종류가 많았다.


팀원들의 다양한 음식 취향을 충족시키는데 안성맞춤인 식당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말했다.


“PM 한 명이 각자의 메뉴 정리해서 주문하거라.”


“네, 그럼 제가 받겠습니다.”


라고 내가 내 손을 들었다.


모든 사람들의 메뉴를 다 받아 적고, 주문을 완료했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주문정도는 가능했다.



우리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각자 카메라와 다른 팀원들의 카메라에 담은 사진을 봤다.


각자 어떤 구도로 찍었는지 참고하면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 찍어준 모습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들의 모습을 한참을 쳐다본 그가 말했다.


“너희는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응? 갑자기 왜 이러지? 또 뭐가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내가 분명히 내 사진 많이 찍어달라고 했는데,


내 사진 찍었다고 말하는 새 X가 한 명도 없네.


혹시 내 사진 찍은 녀석 있니?”


아무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점심 먹기 전까지 기분이 안 좋다는 티를 엄청 냈고,


그의 기분을 더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기에 우리 중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당연히 사진도 찍어주지 않았다.



그는 그의 여자친구에게 화났던 것에 우리가 사진을 제대로 찍어주지 않은 것까지 더해서 화를 냈다.


음식이 다 나왔지만, 그의 말은 끝날 줄을 몰랐다.


1시간 30분 동안 그는 말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내가 프로필에 쓸 수 있는 멋진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아무도 찍어주지 않아서 기분이 나쁘다.


내 여자친구가 날 케어하지 못하면 너희라고 해줘야 하지 않냐.’



그의 말이 끝나자, iOS 개발팀장이 말했다.


“저희가 너무 저희만 챙겼네요. 죄송해요. 이따가 덤보에 가면 저희가 멋진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드릴게요.”


“네, 저희가 찍어 드릴게요.” X 8


“그래, 알겠다. 녀석들이 니들이 알아서 찍어주면 좀 좋냐?”


다행히 그의 기분이 풀렸다.


그렇게 음식이 나온 지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점심식사를 먹을 수 있었다.


모든 음식이 다 식었지만, 시장이 최고의 반찬이라고, 배가 고팠던 우리에게 모든 음식이 다 맛있었다.



음식을 다 먹고 우리는 덤보로 이동했다.


이곳은 무한도전에 나왔던 곳으로 브루클린 브리지를 찍을 수 있는 곳이었다.


한국인들에게는 필수코스였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우리의 목표는 그가 만족할만한 사진을 찍어서 그의 기분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왕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이 정도는 감내해야겠다 생각했다.


30분 넘게 우리 9명은 그의 인생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들이 찍은 사진을 iOS 개발팀장이 한 곳에 모았고,


그에게 보여주었다.


한참을 쳐다본 그가 말했다.



“내가 원한게 이런 거야.”

드디어 그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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