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시간]
지난 2월 22일 토요일에 드디어 미닝풀 러닝을 시작한 지 1,000일이 되었습니다.
2022년 1월에 러닝을 다시 시작했고, 꾸준히 달려보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첫 한 달은 매일 꾸준히 달렸습니다. 그러나 두 달째부터 처음 마음과 다르게 중간에 비가 오는 날에는 비를 핑계 삼아 쉬었습니다. 4월에 처음으로 10km를 뛰었는데 몸이 무겁고 회복을 위해서 쉬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쉬다 보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러닝을 빠지는 날이 생겼습니다.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서 2022년 5월 30일부터 매일 뛰자고 스스로와 약속했습니다.
처음엔 100일만 빠지지 않고 뛰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100일이 다가오자 200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고, 200일이 다가올 때쯤 러닝 레벨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만들었던 러닝 레벨은 아래와 같습니다.
러닝 레벨
Level 1 - 7일
Level 2 - 30일
Level 3 - 100일
Level 4 - 200일
Level 5 - 365일
Level 6 - 500일
Level 7 - 730일
Level 8 - 1,000일
Level 9 - 1,460일
Level 10 - 2,000일
Level 11 - 2,500일
Level 12 - 3,000일
Level 13 - 3,650일
Level 4의 200일을 넘어서 Level 5, 6을 차례로 달성하다 보니, 어느새 Level 8인 1,000일이 되었습니다.
중간에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1.
100일쯤 뛰었을 때, 예전에 잠깐 알고 지낸 동생이 인스타그램 DM을 보냈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연락이 왔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는데, 뜬금없이 내기 제안을 했습니다. 어떤 내기인지 들어봤더니, 제가 6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달리면 자신이 맥북 프로를 사지고, 만약 실패한다면 제가 자신에게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600일을 달성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내기가 너무 일방적으로 그 동생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거절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후회되는 거절입니다.
2.
제가 활동하는 러닝 커뮤니티가 몇 개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스타트업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이 함께 달리며 정보를 공유하고 힘을 주는 카톡 단톡방이 있습니다. 처음 그 방에 들어갔을 때가 100일이 조금 지났을 때였습니다. 200일쯤 되었을 때 제가 우스갯소리로 1,000일까지 열심히 달려보겠다고 했고, 다들 응원한다고 그때 정모를 하자고 했었습니다. 비록 사정이 있어서 정모를 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해냈습니다.
제게 러닝이라는 운동은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1km도 지루해서 제대로 뛰기가 힘들었습니다. 다시 러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기 전까지 여러 번 시도했으나 번번이 며칠을 유지하지 못하며 포기했었습니다. 그런데 러닝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제 뇌와 몸을 달래 가며 다시 러닝을 시작한 첫날에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습니다. 러닝이 끝난 후 머리가 푸른 하늘처럼 맑아지고 기분이 너무 좋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먼 거리도 아니고 단지 1km밖에 안 뛰었는데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타이밍이 적절했고,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1km 러닝부터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금방 포기할 것 같아서 매주 100m씩 꾸준히 거리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힘들지 않고 숨이 차지 않는 속도로 뛰자는 기준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81주가 지난 후엔 매일 9.1km를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었습니다. 9.1km 뛴 몸을 하루 안에 회복하지를 못해서 중간에 멈추고 다시 5km 러닝으로 바꿨지만, 머지않아 다시 거리를 늘리는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싫어하고 잘 못하는 것도 매일 꾸준하게 노력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경험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경험은 지구 핵에 가까울 정도로 바닥을 치고 있었던 제 자존감과 자신감을 저 우주로 날려 보내줬습니다.
미닝풀 러닝 1,000일은 제가 세운 레벨 기준으로 Level 8입니다. 다음 Level 9까지는 460일이 남았고, 최종 Level 13까지는 2,650일이 남았습니다. 솔직히 최종 목표인 10년 3,650일 동안 매일 달린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너무도 먼 미래라 감이 없습니다.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이 어떤 수많은 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매일 부상당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1,000일을 마주한 것처럼 그날도 마주할 거라 생각합니다.
항상 힘이 되는 응원 메시지와 반응들을 보내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남은 2,650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처럼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잘 달려보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늘 하루 의미 있게 잘 보내세요.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