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가 엄청 내리고 추운 날이었다.
저녁으로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어서 메뉴를 고민했다.
어제 족발을 시켜 먹고 서비스로 받은 순두부찌개를 데우고,
계란 프라이 3개를 노른자를 터트려서 저녁을 준비했다.
햇반과 마늘, 고추, 깻잎, 김치를 꺼내서 맛있게 먹었다.
배가 든든해진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녁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쓰려고 책상에 앉았다.
요즘 습관 중 하나는 하루 종일 방해금지모드를 켜는 것이다.
집중력이 낮은 하는 스마트폰 알림에 금방 집중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다행히 방해금지모드 켜기 습관을 들이고 집중력이 많이 좋아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방해금지모드가 켜져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쿠팡 이츠에서 배달 평균 단가가 올라간다.
쉬려는 배달 기사들을 독려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미션을 동시에 진행한다.
문득 미션이 떴나 싶어서 폰을 잠시 봤더니,
2개 미션이 겹쳐져서 진행되고 있었다.
2시간 5건 10,000원
1시간 3건 7,500원
머리를 잘 써서 효율적으로 하면 2개 미션 모두를 달성할 것 같았다.
글 쓰는 것을 잠시 멈추고 옷을 입었다.
부업 중에 마실 물을 담은 물통과
나중에 충전할 때 책 읽으려고 아이패드를 챙겼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 30분.
그 안에 5건의 배달을 완료해야 한다.
정확히는 1시간 30분 내에 5건의 배달 콜을 수락하면 된다.
미션 달성 기준이 배달 완료 시간이 아닌 배달 수락 시간 기준이기 때문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배달 시작 버튼을 눌렀다.
멀티 배달이 떴다.
1건씩 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2건씩 하는 멀티 배달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서 좋다.
단, 1건당 단가는 1건 하는 것보다 조금 낮다.
2건 10,890원!
단가가 나쁘지 않은데, 거리가 가깝다.
바로 수락 버튼을 누른다.
음식을 가지러 가게를 들어갈 때마다 더 밝게 인사한다.
“수고하세요.”
내 기분도 밝아지고 좋다.
보통 두 번째 배달해야 할 집 근처로 가면 새로운 배달 콜이 뜬다.
2건 12,740원!
거리가 첫 번째 배달보다는 있지만, 단가가 높다.
바로 수락한다.
첫 번째 배달해야 할 집에 다 왔는데,
여유 시간이 30분 가까이 남았다.
마음의 평안이 찾아온다.
두 번째 배달해야 할 집에 도착하니 새로운 배달 콜이 뜬다.
2건 19,850원!!!
거리는 꽤 있지만, 단가가 엄청 높다.
이건 무조건, 무조건이야~~!!
3번째 콜의 두 번째 가게에서 음식은 수령했다는 버튼을 눌렀다.
미션 달성이다.
대략 계산해 보니 60,000원 정도 된다.
배달 갔다가 집에 가면
총 일한 시간이 2시간 20분 정도 될 것 같았다.
평상시보다 더 효율적으로 일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작은 성공을 이룬듯한 기분도 들었다.
배달을 모두 완료하고 기쁨이 충전을 위해서
월드타워 슈퍼차저로 이동했다.
미션을 달성하고자 너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마셨다.
목이 말라서 가방을 봤는데,
가방이 축축하다…
띠로리…
아… 안돼!!!!
가방에 넣어둔 물통 뚜껑이 열리면서
안에 있던 물 2/3가 가방 안에 쏟아졌다.
그 무엇보다 가방 안에는 내 소중한 아이패드 프로가 들어있었다.
간절히 기도하며 아이패드 홈버튼을 누르는 순간,
다행히 전원은 켜졌으나 액정에 물이 들어갔다.
일단 아이패드 전원을 껐다.
물이 들어간 상태에서 계속 켜져 있으면 안 되니까.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앞이 깜깜했다.
10분 정도 멍하니 있었다.
갑자기 운수 좋은 날이라는 단편 소설이 떠올랐다.
뭔가 잘 풀린다 싶더니 이런 일이 함께 왔구나.
슈퍼 차저에 도착해서 충전을 하는 동안,
유튜브에 검색했다.
콘텐츠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아이폰 해결사라는 분의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그분의 핵심은 그거다.
일단 침수된 아이패드를 드라이기로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말려라.
말릴 때는 아이패드의 메인 보드가 있는 곳을 집중적으로 말리고,
상단, 중단, 하단 3 등분해서 각각 부위를 20분씩 번갈아가며 2번씩 해라.
액정의 얼룩은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진다.
댓글을 보니 성공하신 분들이 꽤 보였다.
내게 다른 대안은 없었다.
집에 가자마자 드라이기를 가지고 바로 시도했다.
아이패드 프로는 메인 보드가 중앙에 위치했다.
아이패드 뒷면 중앙을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눠서 각각 20분씩 2번씩 말렸다.
다시 전원을 켰더니 전원은 잘 들어오는데 액정에는 물이 계속 껴있었다.
일단 밤이 늦어서 전원을 다시 끄고 잤다.
다음날 다시 보니 얼룩이 조금 사라졌다.
아이폰 해결사님께 전화를 드렸다.
상중이시라고 하셨지만 친절하게 응대를 해주신다.
“일단 전원이 들어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액정 물 얼룩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얼룩은 충전하시고 액정을 계속 켜 놓으시면
그 열에 의해서 점점 없어질 겁니다.
보통 3~4일 이상 지나면 점점 없어질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액정 바꾸는데 비용이 얼마일까요?”
“액정 바꾸는데 비용이 비쌉니다.
얼룩은 시간 지나면 없어지니까 돈 쓰지 마시고 기다려보세요.”
“근데 이렇게 무료로 친절하게 해 주셔도 되는 건가요?
정말 감사합니다.”
“카페에 성공했다는 글만 하나 남겨주세요.”
그러고 8일이 지난 11월 24일 얼룩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운수 좋은 날로 끝날 줄 알았던 그날은
기분 좋게 부업한 날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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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하!
당신만의 의미 있는 인생을 사세요.
유캔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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