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도로를 따라
그런 말이 있다.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시간이 나를 질투한다고. 그래서 평일보다는 주말이, 평범한 주말보다는 특별한 주말이 더 빨리 가버린단다. 벌써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니..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 시간의 질투를 받았나 보다.
오늘도 아침 일찍 협재로 간다.
바다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애월행 버스에 올랐다. 702번 버스는 서귀에서 협재로 올 때에도 협재를 떠나 애월로 향할 때에도 나를 데려다 주었다. 이번에도 해안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여행자 맞춤형 노선을 자랑하는 버스다.
버스에 중국인 여행자들이 참 많았다. 오히려 내국인들은 제주도는 차 없이 여행하기 힘든 곳으로 인식하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이 지도를 들고 버스 여행을 한다. 나 역시 렌트카 없는 제주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니 괜히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은 잠시 뒤로하고, 꼼수를 부려 해외여행을 꼼꼼히 준비했을 중국인 여행자들을 따라가 본다. 예상대로 유명하다는 카페 또는 맛집이 등장했다. 그렇게 발견한 놀멘 해물라면집.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하루가 아주 맛있게 먹었던 놀멘 해물라면. 간판에는 살아있는 듯한 문어가 그려져 있는데 아쉽게도 라면에는 전혀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가격대비(한 그릇 6,000원) 꽤나 신선하고 맛 좋은 다른 해산물이 들어있었다. 맛은 유명세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는데, 굳이 따지자면 시판되는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한 맛. 다행히 점심시간이 살짝 지나 대기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
애월 해변 앞 카페 봄날에서 책을 읽었다. 이석원 작가의 <언제 들어도 좋은 말>. 그래서 그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대체 뭐라는 건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 끝까지 다 읽었더니 말미에서야 공개된다. 맞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직업과 직장에 대한 고민을 안고 떠난 여행 중에 예상치 못한 책에서 예상치 못한 해답을 얻었다. 그래서 그런 일은 어떻게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그런 일을 만난다면 이게 내 일이구나 정확히 알아볼 수는 있겠다.
애월 해변을 돌아나오며, 참 설레는 풍경을 보았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골목길. 바다로 향하는 길. 방금 떠나온 곳이지만 다시 뛰어가고 싶은 길.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리무진이 50분이나 남았는데 나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잠시라도 더 미루고 싶다. 공항에서 좋아하는 젤리를 사먹으며 지체했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1시간 30분. 다시 나로 돌아왔다. 하지만 여행하듯 살아야지, 여행하듯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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