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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May 23. 2021

물컵 하나로 하루 종일 물 마시면 안되나요?

내 위생관념이 어때서?!

 결혼식을 올리기 전 여느 신혼부부들이 그렇듯, 우리 역시 집 계약일자에 맞춰 2개월 먼저 입주를 하게 됐다. 물론 지금은 부부가 되어 잘 살고 있지만 당시에는 처음으로 남편과 동거를 시작하게 된거였다. 당시에는 모든 회로가 서로를 향해 돌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1시간이라도 더 붙어있지 못해서 안달이었고 상대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을 무렵이었다.


 같이 산 지, 3주쯤 되었을까? 부엌에서 손을 씻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궁금한게 있다는 거다. 나는 예쁜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말의 걱정도 없이 물어보라고 했고, 그 질문은 상당히 의외였다. "너는 깨끗한 사람인데, 손은 그렇게 자주 씻으면서 왜 쓴 컵을 그대로 뒀다가 또 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내가 손을 닦는데 그 옆에 방금 물을 마신 컵이 그대로 놓여있었을 거고, 그간의 습관을 보아 손만 닦을 뿐 컵을 닦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기에 남편은 질문을 했을 거다. 회사에서도 하루 종일 물 컵 하나로 물을 떠서 마시다가 퇴근할 때 닦아두고 오는데, 물을 마실 때 마다 컵을 닦아야해? 물론,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한 물컵은 음식물이 묻기 때문에 설거지통에 넣어두거나 바로 닦는데, 물만 마신 경우에는 왜? 나의 물음표는 커져갔다. 하지만 나의 행동 때문에 상대가 의문을 갖는다니 그때부터는 왠지 컵을 쓰고 그대로 두면 그의 눈치가 보였다.


그가 의문을 가진 나의 컵.


 남편은 여름에야 그렇다 쳐도 한 겨울에도 하루에 두번씩 샤워를 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나도 그에게 궁금해서 물어봤던 것은 "자는 사이에 몸이 더러워져?"하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잠들기 직전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자는 남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출근한다. 나는 둘 중에 하나만 하는 사람이라서 밤새 악몽을 꾸고 땀을 뻘뻘 흘린게 아니라면 왜 아침에 또 샤워를 하는거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더군다나 남편은 머리카락이 날이 갈수록 얇고 힘이 없어진다고 시무룩했는데, 그렇게 하루 두번을 샴푸에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를 하니 당연한거 아니야? 라고 묻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 후로는 나에게 동화되어 그도 하루에 한번만 샤워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쓰레기 치우기 영역은 어떨까? 그는 물건을 개봉하거나 무언가를 먹은 쓰레기를 그 자리에 그대로 둔다. 쓰레기통에 넣는 정도의 작은 노력이 필요한 것들은 즉시 치우지만, 페트병이나 택배 박스 같은 것들은 라벨지를 분리해 분리수거함이 있는 베란다까지 들고 가는 것 조차 귀찮은거다. 그것들은 내가 치우지 않는한 쌓이고 쌓여, 주말이 되었을 때 그의 대청소로 한 번에 해결이 된다. 결국은 어지른 것을 스스로 처리하기는 한다만, 일주일 내내 그 쓰레기들이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건 나의 몫이다. 나는 무엇이든 그 즉시 처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든 크든 할 일이 남아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해서 분리수거도 그 즉시 하는데, 남편은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제일 마지막에 해야할 일을 하는걸 좋아한다. 가끔은 내 눈치를 보며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해놓고 낮잠에 들 때도 있지만, 요즘은 저 재활용 쓰레기 문제로 여전히 다투는 중이다. 오늘 아침에도 식탁 위에 그대로 올려진 와인 병을 보고 "내가 참고 있는거 알지?" 참지 못 하고 한마디 던졌더니 내가 쓰레기 안버려서 식탁이 더렵다고? 그럼 이 짐은 다 뭔데? 하면서 반문한다. 짐은 짐이고, 쓰레기는 말 그대로 쓰레기지, 제발 좀 그때 그때 버리고 살자.


 이렇게 위생 관념의 차이를 느끼며 내가 (물론 내 위주로) 내린 결론은, '개인 영역의 위생은 각자 알아서 하지만 공동 영역의 위생은 서로의 기준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부부이지만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동거인이다. 아무리 사랑해도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을 더렵혀 상대까지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끼게하면 안된 다는 것. 남편이 하루에 몇 번을 씻던 내가 같은 잠옷을 며칠을 입던 그것은 내 마음이지만, 우리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은 상대를 위해 깨끗하게 유지해야할 의무가 서로에게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니 컵, 내 컵 이름이 쓰여있지 않는한, 컵을 조금 더 자주 씻어야 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친구 부부의 에피소드를 들으며 우리의 차이는 심각하지 않구나 느꼈던 적이 있다. 그 친구의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 양말을 벗으면 식탁 위에 올려둔다는 거다. 뜨악!! 빨래를 한 깨끗한 양말도 식탁에 올려두지 않는데, 하루 종일 신고 다닌 양말을?! 그 집 역시 남편이 결국에는 식탁의 양말을 다시 빨래통으로 옮기지만, 아무리 얘기를 해도 빨래통으로 가기 전의 양말이 꼭 식탁에 들렀다 간다는 거다. 그러고보면 나는 만약 나보다 지저분한 사람과 함께 살라고 했다면 같이 못산다고 도망갔을 것 같다. 남편이 본인보다 위생 관념이 뛰어나지 않은 나와 살아줘서 문득 고맙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만 묻고 싶다. 여러분은 물 마실 때 마다 물컵을 닦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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